"내안의 괴물이 점점 커지고 있어. 아삭아삭-, 질겅질겅-, 와드득 와드득-,
꿀꺽. 내가 가장 무서운 것…"
만화 매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우라사와 나오끼 원작의 공포물 '몬스터'. 11권까지 나온 이 책의 표지에는
'역자 박 연'이라는 이름이 작지 않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해적판 만화에서는
번역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끄러울 지경이고, 정식계약을 맺은 작품에서도
번역자의 이름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만큼 만화번역은 '천대받던' 직업.
하지만 박연(29)의 번역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팬클럽 결성이 논의 될 만큼
환호를 받았고, PC통신에서는 "이 작품은 그녀가 아니면 번역을 망친다"는
'극렬주장'까지 있을 정도였다.
"만화번역은 특히나 음지에서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번역자의
실명을 기재하기 시작한 것도 2년이나 될까요. 주변에서 너무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원작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국대 일문과를 졸업한 그가 만화번역을 시작한지는 이제 5년째. 원래는
만화가 지망생이었지만 늘지 않는 그림실력을 한탄(?)하며 이 일에 뛰어
들었다.
'몬스터' '좋은 사람' '핑퐁' '암스'(이상 세주문화사) '불꽃소녀
레카'(서울문화사) '생명의 하모니'(시공사) 등 그동안 번역한 작품도
1년에 100여권씩 500여권이나 된다. 요즘은 해적판으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시미즈 레이코의 '월광천녀'(서울문화사)를 정식 번역하고 있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처음에는 황당한 경험도 적잖았다.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이었어요. 출판사에서 책 한 권을 던져주더니
내일까지 번역을 마치라는 거예요. 요즘은 4∼5일정도 시간을 줍니다.
어려운 작품은 일주일 정도 걸리기도 하지요. 텍스트가 이해하기 힘들때는
일본문화원이나 대사관쪽에 전화해서 문의하기도 합니다."
1권을 번역해서 받는 보수는 15만원선. 아직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기에는
많지 않은 액수다. 그는 "어릴때 봤던 '캔디'의 기억이 결국 나를 이 길로
이끈것 같다"며 "보수의 많고 적음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보람으로
밤을 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