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의 만화 계보를 잇고 있는 작가. 권가야(본명 권기만·33)에겐
그런 수식어가 어울린다. '남자이야기'(서울문화사)로 최근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받은 그는 20∼30대 진지한 남성 독자들을 다시
만화계로 끌어모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배운 걸 일삼아 할지,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는 실험을 할지, 항상
갈등합니다. 의사로 치자면 개업의냐, 연구의냐 하는 문제쯤 될까요?
주위에서 좋은 평가들을 해주시지만, 저 스스로는 아직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느낌입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그는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다 "졸업하고 5년간
방위산업체에 근무해 복무혜택 받은 뒤, 월급쟁이로 살아야 할 수십년이
너무도 끔찍해서" 자퇴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전국을 돈 한푼 없이
쏘다녔다. 스무살 때 "무작정 만화가 좋아서", 펜촉은 무얼 써야 할지
스크린 톤이 뭔지도 모른 채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무려 10년의
배경-데생맨 생활을 거쳐 95년 '해와 달'로 데뷔했다. '남자이야기'는
두번째 장편이다.
작가 생활 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은 '존재의
의미'다. 만화 그리면서 거창하게 무슨 존재의 의미를 찾느냐는 어설픈
핀잔엔 개의치 않는다. 그는 "왜 사느냐는 20대 때 의문을 '해와 달'로
보여줬다면, '남자이야기'에선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30대의 문제를
풀어내려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권가야에게 30대는 "강제된 죽음에 대한 준비를 이미 시작해야 할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현실적
문제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런 '철학적' 질문을 곧이곧대로 그려낸
만화를 읽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타협한게 '무협' 장르다.
대신 주인공들에게 자기 자신의 의문을 투영한다. '남자이야기'
주인공들은 그래서 한결같이 죽음을 능동적으로 맞이한다. '자신이
선택한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다.
겉보기에 그는 무슨 도인같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생머리, 세상일에
초월한 것 같은 표정. '가야'라는 필명은 아내가 지어줬다. "하도 속만
썩이던 나에게 어느날인가 '아이고, 이 권가야' 하는 거예요. 약간의
멸시, 애잔함, 애틋한 정이 함께 느껴지더군요. 아버지가 그렇게
불렀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었겠죠."
'남자이야기'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서로에 대한 멸시, 애잔함,
애틋함도 결국 그런 감정이 투영된 게 아닐까? 권가야는 '남자이야기'를
4∼5년 더 연재해 21권 정도로 완결할 계획이다.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그의 고민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전달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