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4권의 책을 골랐다. 먼저 박상익교수(우석대ㆍ서양사)의 '어느
무교회주의자의 구약성서 읽기'(부ㆍ키)과 신상희박사(건국대 강사)의 '시간과
존재의 빛'(한길사)이다.
좋은 번역자가 좋은 책을 쓴다는 새로운 격률이라도 만들어야겠다. 박교수는
'서양문명의 역사'와 존 밀턴의 명저 '아레오파기티카'를 훌륭하게 번역해
우리의 서가를 풍요롭게 한 적이 있고 신박사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찾아서'와 '야스퍼스' 등을 번역해 호평을 받았던 학자다.
'구약성서 읽기'는 역사학자의 눈으로 구약성서를 해체한 다음 예언자들을
중심으로 구약을 재구성했다. 구약이 한국인에게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해주는
책이다. '시간과 존재의 빛'은 하이데거 사상에 대한 폭넓고 깊이있는 이해를
갖추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책이다. 전기의 '존재와 시간'에서 후기의
'시간과 존재'로 나아간 하이데거 철학을 일관되게 추적했다. 한국 하이데거
연구사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추가했다.
눈을 동양으로 돌린다. 중국학자 황덕관ㆍ진병신이 쓰고 하영삼교수(동의대
중문과)가 옮긴 '한어문자학사(한어문자학사)'(동문선)는 한자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한자의 역사가 아니라 한자 연구의 역사다. 중국에서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점차 연구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분야이다. 관련학자들 뿐만 아니라 중국문화사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볼만하다.
독립기념관 홍선표연구원이 엮은 'My Days in Korea'(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는 서재필(1864~1951)선생이 1896년부터 1948년 사이에 국내외
신문과 잡지 등에 영문으로 발표한 수필 강연문 방송원고 등을 모은 것이다.
역사연구자 언론학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자료집이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