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어요.'

새천년 한국 스포츠계에서 사격스타 강초현(18ㆍ대전 유성여고) 만한
'깜짝 스타'도 없다. 시드니올림픽 여자공기소총 부문에서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지만 인기는 금메달리스트보다 더 많았다. 깜찍한 외모에 연예인
뺨치는 말솜씨를 갖춘 강초현은 특히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사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초롱이 신드롬'을 낳게 했다.

사실 사격은 비인기종목이지만 강초현의 경기는 정말 극적이었다. 지난
9월 16일 시드니 세실파크 국제사격장. 여자공기소총 본선과 결선에서
계속 선두를 달리던 강초현은 결선 마지막 한발을 놓고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미국의 낸시 존슨이 9발째에서 10.7점을 쏴 동점을
이뤘으나 10발째에서 9.9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제 강초현이 10점만
넘기면 금메달이 확정되는 상황. 하지만 마지막 한발은 9.7점을 맞추는
데 그쳤다.

0.2점차의 비운-.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며 허탈해 하는 강초현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하지만 강초현은 시상식 뒤 인터뷰에선 언제 그랬냐는듯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여유를 과시했다. 어린 나이에 금메달을 따면
게을러지기 때문에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위해 금메달 목표를 남겨
두었다는 것.

이같은 장면이 TV로 생중계되자 강초현은 갑자기 '유명 인사'가 됐다.
언론사 인터뷰가 줄을 이었고 사이버공간에선 이틀만에 팬클럽 20여개가
생겼다. 심지어 장난감 가게에선 장난감총이 불티나게 팔렸을 정도.
여기저기서 광고모델 출연제의가 끊이지 않았고 한국체육대학과
충청하나은행, 한화그룹, 고려대, 충남대 등은 강초현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금메달리스트들도 많았지만 강초현의
인기를 따라 잡을 순 없었다.

유성여중 2학년때 사격을 시작한 강초현은 유성여고 감독으로
8촌오빠인 강재규감독의 지도로 급성장했다. 지난 7월
애틀란타월드컵에서 본선 세계타이기록(399점)을 쏘며 우승, 일찌감치
금메달 기대주로 떠올랐다. 아버지 고 강희균씨는 해병대 청룡부대
일원으로 지난 71년 베트남전에서 베트공의 수류탄에 왼쪽 발목을 잃고
이때 생긴 골수염으로 고생하다 지난해 7월 운명했다.

강초현은 고향인 대전의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이 직원으로 채용하는
조건으로 여자사격팀을 창단하기로 약속해 충남대에 입학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스포츠조선 신향식 기자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