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지난달 28일 1년 여동안 추진해 온 '천년의 문'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발표했다. 재정적 이유·안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취소사유를 밝혔지만 '천년의 문'을 공동 설계했던 이은석(37·경희대)
교수는 매우 허탈한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천년의 문’을 준비했는가?
"1999년 10월쯤 공모 공고를 보고 학교후배인 '오퍼스건축가사무소'
우대성(31) 소장 등과 설계 준비를 했다. 작년 2월에 당선된 후
4월에 설계 계약을 맺었다."
-언제 ‘백지화’ 소식을 접했나?
"마무리 작업을 하다가 신문을 보고 알았다. 전부터 취소설이 나돌긴
했지만 정부나 재단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얘기를 듣지 못했다. 또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안정성·원형변질 문제 등도 해결됐기 때문에
백지화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백지화 발표후 5일후인 지난
2일에야 중단하라는 정식 통보를 받았다."
-현재 심경은?
"천년의 문은 한국 건축계 모두에게 참여가 개방, 권위있는
심사위원들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선정한 것이다. 1년 이상 진행해 온
국가적 프로젝트를 갑자기 무산시킨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시작할 때는 요란하게 초대해 정열을 다 쏟게 만들지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설명도 해주고 ?아낸다면 어느누가 국가사업을 믿고
따르겠는가."
-어떤 피해를 보았나?
"현재 설계의 80%가 끝난 상태이다. 그동안 쏟은 노력은 차지하고 국가
신인도가 떨어진 것이 너무 안타깝다. 작업에는 세계적인 협력사들이
참가했다. 풍동실험을 맡았던 캐나다의 RWDI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사에 참가했던 영국의 OAP사 등이 '천년의 문'의 건축사적 가치를
보고 참여했는데 하루 아침에 취소돼 국제 사기꾼이 된 기분이다."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나?
"'천년의 문' 재단이 백지화 발표후 재단이 해산됐기 때문에
문화관광부와 협의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실험
결과 등이 늦었다는 것을 문제삼아 피하는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