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중 베트남에서 일본의 가혹한 식량수탈로 북베트남인
200만명이 굶어죽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중앙대에서 열리는
한·베트남 국제학술대회 참가차 방한한 반타오(75) 전 베트남
역사연구원 원장은 17일 "1944년말과 1945년초 6개월간 베트남인들의
저항의지를 누르고 군수물자를 징발하려는 목적에서 일본 군인들에 의한
식량징발이 이뤄져 당시 북베트남 인구의 15%인 200만명이 아사했다"고
밝혔다. 반타오 박사는 "북베트남 23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마을마다
주민의 66%에서 최고 79%까지 이 기간 중 굶어죽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퐁 해안 지역에선 관도 없이 옷으로 대충 묶어
바다에 수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980년부터 10년간 베트남 최고
권위의 학술연구기관인 베트남 역사연구원 원장을 반타오 박사는 95년 이
사건을 파헤친 700여페이지 분량의 저서 '1945년 베트남의 기근'를
펴냈다.
일본은 1960년 고딘디엠 정권 당시 아사자에 대한 배상금으로
3900만달러를 지급했으나, 피해자중 불과 2만명만 1인당 1000달러
정도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타오 박사는 "일본군의 진주가
베트남의 독립을 가져왔다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주장은 허구에 찬 선전에
불과하다"며 "일본은 200만명의 베트남인을 굶겨죽인 사건부터 먼저
사과하고, 국가차원에서 제대로 배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