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미술학원 사제지간이었다가 결혼까지 이르렀다는 지상월(왼쪽)·소주완 부부. <br><a href=mailto:gibong@chosun.com>/전기병기자 <

이름도 만화가답다. 작화 지상월, 스토리 소주완. 본명은 김항배와
김성희다. 마흔 한 살 동갑내기 부부 작가. 그들이 '붉은 매2'를
가지고 돌아왔다. 24일 발매된 주간 만화잡지 '아이큐점프'의 연재물로
약 4년 만에 2부를 시작한 것이다.

1부였던 '협객 붉은 매'가 남긴 기록은 단지 "만화가 아이들 보는
장난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비아냥을 훌쩍 뛰어넘었다. 1부 26권으로 총
발행부수 400만부. 1992년 잡지 연재를 시작했던 이 청소년 무협만화가
97년까지 6년에 걸쳐 한국만화사에 남긴 기록이다. 당시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혔던 대형 히트작. 지금 20대 후반이나 대학생들은 이름만 들어도
그 당시 '명성'을 떠올릴 만큼, 수많은 청소년들의 넋을 빼앗았던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이 많은 청소년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면, 이들 부부의
작업스타일은 기성세대에게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김동화-한승원,
이진주-이보배 등 그전에도 만화가 커플이 드물지 않게 있었지만,
부인이 스토리를 맡고, 남편이 그림을 그린 예는 요즘도 비슷한 경우를
찾기 힘들다. 또 대부분의 여성들이 손사래를 치는 '무협'장르를 부인
소주완씨가 맡아 스토리를 쓰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소씨는
"사실 92년 연재를 시작할 때는 무협 관련 용어사전과, 기성 작품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면서 "남편과 작업하다 보니 아무래도 호흡이 잘
맞는다"고 했다.

각각의 대학 전공은 회화와 응용미술. 대부분의 작가들과는 달리
펜터치나 배경작업을 도와주는 어시스턴트나 문하생을 전혀 두지 않았다.
주간 연재라 "숨쉴 틈 없이" 마감이 돌아오지만, 밤샘 작업도 거의
없다. 대신 이 부부 작가의 특징은 거의 매일 반주를 즐기며 3~4시간
점심시간을 가진다는 점. "말이 점심식사지, 사실상 아이디어 회의
시간이에요. 다음 연재의 스토리를 어떻게 할지, 콘티를 어떻게 짤 지 이
때 거의 결정나죠. 이때 저는 소주 한 병 정도를 먹고, 이 사람은 맥주
세 병 정도를 마셔요. 그래야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거든요."(지상월)

사실상 '협객 붉은 매'도 부부간의 '취중 점심'에서 탄생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부부는 이번 2부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시대를
거슬러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정통 무협'은 천하제일, 복수,
기연 등 3대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는 것. 90년대 '협객
붉은 매'의 인기는 당시 유행하던 정통무협을 포기하고, 단순한
선악구조를 넘어, 개인의 감정을 중요시한 '신무협'을 도입했던 게
비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신무협'이 장악한 요즘의 무협
시장에서 '붉은 매2'는 다시 물결을 거슬러 정통무협으로 돌아가겠다는
것. 이 부부작가의 '정통무협 선언'에 2001년도의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