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터넷 접속을 위한 준비를 거의 마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터넷으로 접근할 수 없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북한의 과학잡지「과학의 세계」작년 5호엔 평범하게 보이지만
의미심장한 한 그림이 실렸다. 이 잡지 60쪽에 실린
'인트라네트'(intranetㆍ내부망)이란 제목의 그림은 '방화장벽'(fire
wall)이 '인터네트'(internet)와 인트라네트 사이 중간에 설치돼
인터넷 정보를 거르는 체계를 담고 있다. 북한이 인터넷 개방에 앞서
정보를 검열 단속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신호로 여겨진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이 도표가 북한이 이미 방화벽 연구를 어느 정도
마치고 인터넷 접속을 준비 중임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북한은 올해 안에 인터넷 접속을 허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IT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빠르면
연내에 일부 IT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개통이 가능하다고 보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터넷 도메인 국가명인
'kp'(한국은 kr)를 사용하지 않아 온 북한이 지난6월쯤부터 내부적으로
kp가 들어간 도메인을 만들어 시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평양정보센터(PIC)에 전화선을 이용한 초고속통신 장비
'T-랜'을 설치한 기가링크 김철환 사장은 "방화벽이 이미 다
구축됐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박찬모 교수(전자공학)도 "북한에선 몇
년 전부터 일본 학자들도 참여한 가운데 방화벽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며 "이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내각 성ㆍ조선컴퓨터센터(KCC)와 평양정보센터(PIC) 등
IT 연구 기관ㆍ대학ㆍ기업 간 컴퓨터를 연결한 인트라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암호화 작업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이
인터넷에 연결될 경우 외부의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최근 컴퓨터 업무 종사자들의 사상 검증 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인터넷을 허용할 경우 접속 범위를 어느정도로
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은 현재 중국 차이나텔레콤(China
Telecom)으로부터 광통신을 할당 받아 김정일국방위원장과
국가안전보위부 등 특수 기관에서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체제 선전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들도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 설치돼 있다. 북한이 독자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될 경우 인공위성
방식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지난 6월
조선컴퓨터센터와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 사업에 합의, 이달
말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북한이 기술적으로 인터넷 접속 준비를 마치더라도 실제로 이를
대중화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북한 내부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