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유엔(UN)과 코피 아난(63)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로 꼭 100주년을 맞은 노벨평화상의 상징적 무게를 보여주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발표 이전부터 평가돼왔다.
유엔은 “세계 평화와 안전을 성취하는 데 최전선에서 보인 노력”이, 아난 총장은 “유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1997년 1월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지난 6월말 5년 임기의 총장에 연임된 아난은 타고난 유머 감각에 독자적 분쟁조정 능력을 지닌 ‘분쟁 해결사’로 통한다.
국제사회가 테러 참사와 미국의 보복 전쟁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수상은 그같은 능력을 높게 평가받은 셈이다. 그는 아프리카 르완다 학살 때 유엔 안보리에서 강대국간 합의가 안되자, 인륜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대국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빈곤과 에이즈 퇴치 등 후진국 고민거리 해결에도 앞장섰다.
아난은 대학 재학중 미국 포드재단 장학생으로 뽑혀 미국으로 건너와 교육을 받고 성장했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소재 메칼레스터 대학 및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4세 때인 1962년부터 유엔에서 잔뼈가 굵었다.
1974년부터 2년동안 모국인 가나의 관광개발회사 이사를 지낸 것이 그의 ‘바깥 생활’ 전부이다. 유엔에서는 경제위원회(ECA), 난민고등판무관실, 제네바 유엔사무소, 본부 행정·예산담당 국장 등 요직을 거쳤으며 총장 취임 직전까지 평화유지활동(PKO) 담당 사무차장으로 일했다. 아난 총장은 99년 제4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엔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산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평화유지군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적은 있었다.
유엔은 지난 1945년 10월24일 국제연맹을 대신해 2차대전 이후 국제평화질서를 담당하기 위해 조직됐다. 산하에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국제사법재판소, 사무국 등 6개 기관과 30개의 상설 및 보조, 전문 기구를 두고 있다.
회원국은 발족 당시 51개국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89개국으로 늘었으며, 한국은 1991년 9월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 뉴욕=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