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진씨가 코바늘뜨기로 완성한 투피스.몸매를 강조하는 디자인이다.

'손뜨개의 달인' 전삼진(45)씨는 초록색 니트 코트를 입고 왔다. 목
깃과 팔목에는 초록색 모피를 둘렀다. "하루 만에 완성한 코트랍니다.
두꺼운 밍크사로 '긴뜨기'만 하면 되니까 쉽지요. 재료비요? 실하고
인조 모피 합쳐서 3만 2000원!"

13㎝짜리 코바늘 하나로 여름 원피스부터 겨울 코트까지 능숙하게 짜내는
전씨는 최근 뜨개질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책을 냈다. 바로 '쉽게
뜨는 코바늘 정장 니트'(조선일보사). 보통 뜨개질 하면 푹신한
스웨터나 가디건을 연상하기 마련. 그러나 전씨의 책은 A라인 코트,
원피스, 투피스, 남성 재킷 등 사시 사철 '정장 만들기'를 위한
가이드다. "코바늘 뜨기는 대바늘 뜨기보다 속도가 빠르고 더 쉽지요.
대바늘로는 주로 묵직한 스웨터를 짜지만 코바늘로는 근사한 '맞춤
정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씨는 "'뜨개질한 옷은 펑퍼짐하고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에서 전씨는 최근 발명 특허를 신청한 코바늘 '경사뜨기' 기술을
선보인다. 어깨ㆍ목ㆍ가슴 등 몸의 곡선을 살리는 뜨개질 방법으로 마치
천으로 재단한 듯 니트웨어가 몸을 타고 흐르도록 하는 기법이다.
"이왕이면 애써서 한 뜨개질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러면 스웨터류 보다는 정장을 짜는 편이 낫지요."

전씨는 중학교 시절 부터 큰언니 전복자(65ㆍ손뜨개 강사)씨로부터
뜨개질을 배웠다. 그동안에는 음악학원 등을 운영하느라 손뜨개를
본업으로 삼을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는 그는 시중에 '코바늘 뜨기'에
대한 안내 책자가 별로 없는 것을 보고는 직접 집필에 도전했다.
일러스트가 까다로와서 책이 나오기 까지는 1년이 걸렸다. "몸에 잘
달라 붙으면서 신축성 있는 니트 웨어는 뜨개질 하면서 즐겁고 입어서
편안하지요." 기본만 충실히 익힌다면 초보자도 옷 만들기에 금방
도전할 수 있다. 대신 처음 3~4일간은 하루 1시간 이상씩 사슬뜨기, 짧은
뜨기, 긴 뜨기, 1길 뜨기 등 기본뜨기를 연습해야 한다. "동네
수예점이나 뜨개질 전문점에 가서 실을 구입하면 즉석에서 간단한 바늘
잡기를 가르쳐 줍니다."

전씨에게 손뜨게는 바쁜 세상 속 '느리게 살기' 연습이기도 하다.
"코바늘 잡고 한 코 한 코 뜨다 보면 불안감도 다스릴 수 있고
자기수양도 된다"는 설명이다. "한 2년전 부터 손뜨개가 열풍입니다.
최근에는 한창 가방 뜨기가 유행이었지요." 요즘에는 손뜨개를 하는
남자들도 늘고 있다. 전씨는 또 손뜨개 인기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향수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단골로
찾아가는 동대문 종합상가 상인들이 불경기에는 실이 붙티 나게 팔린다고
하대요. 너도나도 옛 것을 찾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