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연세대 앞을 지나던 대학생이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현금을 준다 ’는 홍보문구가 쓰여진 한 카드회사 가판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있다.<br><a href=mailto:jpkim@chosun.com>/김진평기자 <

15일 오전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 앞의 한 신용카드 가판대. ‘현금 4만원 지금 드림’이라는 광고를 내건 탁자 앞에서 판촉 여성 2명이 카드를 신청한 대학생들에게 카드 한 장당 1만원씩을 나눠주고 있었다. 국민·외환·LG·삼성 등 주요 카드사들이 모두 발급 대상. 대학생 박모(26)씨는 “연회비도 가입비도 없고, 카드 한 장당 1만원을 준다기에 2만원을 받고 두 장을 만들었다”며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술값 등으로 쓴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가입 판촉 수단으로 주방기구·인형과 같은 경품에 이어 아예 ‘현금’이 등장했다. 현금 지급은 올해 초 일부 ‘카드설계사’들이 용돈이 궁한 대학생을 상대로 쉽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한달여 만에 연세대·중앙대·단국대 등 대학가와 20대가 많이 모이는 종로·명동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금 지급을 대가로 가판대 한 군데에서 하루 발급되는 카드는 평균 30~40장에 이른다. 치열한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용카드사들은 현금 지급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신촌의 연세대 앞에서도 ‘LG, 외환, 국민교통카드 신청시 현금 3만원 드림’이라는 문구를 내건 가판대에서 30대 여성 2명이 학생들의 카드 가입신청서를 받고 있었다. 지난 14일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가두 카드발급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발표가 있었지만 거리낌없이 현금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당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이모(23)씨는 “현금을 주자 하루 10건 정도이던 카드 신청이 30건으로 늘었다”며 “정부의 단속 방침은 말뿐일 때가 많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드 발급 대가로 지급되는 현금은 카드설계사들이 카드회사로부터 받는 1장당 2만원 정도의 수수료에서 나온다. 보통 3~4개 카드사의 카드 발급을 대행하고 있는 설계사들은 이 수수료를 이용,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대학생들에게 현금을 주고 신청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회사들은 카드설계사들이 정식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드사 영업직원들은 현금 지급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실적경쟁 때문에 묵인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A카드사 서울시내 지점의 한 영업사원은 “대기업 카드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품 경쟁이 시작됐고 급기야 현금까지 등장했다”며 “본사에서 자제를 요구하는 공문은 보내지만 실제 관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