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부터 총 3567억원을 들여 건설, 다음달 3일 개항하는 양양국제공항이 국제 취항 노선을 단 하나도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객터미널 가운데 4300평이 넘는 국제선 관련시설은 물론, 대형기 이착륙을 위한 활주로와 계류장 등 첨단급 공항시설의 상당 부분이 무용지물로 방치될 처지에 놓였다. 양양국제공항은 인천과 김포를 제외한 국내 16개 공항 가운데 부지 면적은 제주에 이어 2위(75만평), 국제선용 여객터미널 시설은 김해와 제주에 이어 3위(4300평)인 대형공항이다.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은 양양공항은 지역 여건상 앞으로도 장기간 정기노선 개설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양공항은 인근 속초공항을 이용하던 대한항공의 기존 국내선 이전분(김포~속초·하루 2회)만 취급하게 된다. 속초공항은 군(軍)전용으로 환원된다.
건설교통부는 “개항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 등에 국제선 취항 의사를 타진해왔으나, 일부 전세기의 부정기적 운항을 검토하겠다는 것 외에 뚜렷한 응답이 없었다”고 11일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내 항공사들도 “속초·양양·강릉권은 인구가 적고 수요 예측도 어렵다”며 “정기 국제노선의 취항은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다.
양양국제공항에 대해 중국과 일본은 향후 특별수요가 생길 때를 전제로 각각 상하이~양양~제주 및 도쿄~양양~인천간 전세기를 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시험운항 차원에서 김포~양양~후쿠오카를 한 차례 비행할 계획을 세운 정도이다. 양양공항은 이 때문에 국가간 정기노선권 확정과 항공사에 대한 배분을 위한 정식 항공회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양양공항은 청주공항과 달리 전망도 흐리다는 지적이다. 청주공항은 98년 국제선 이용객이 총 500명에 불과하던 최악의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의 협력과 자구(自救)노력 덕에 이용객을 작년 5만7000명까지 끌어올렸다.
아직은 시설 규모의 10%를 밑도는 수준이지만, 서울까지 1시간30분이면 닿고 수도권 남부의 수요는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양양공항은 이같은 외적 요인을 기대하기 어렵고, 더욱이 현재 추진중인 서울~춘천~속초간 민자(民資)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수요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항공대 이영혁(李英赫) 교수는 “정확한 수요 예측도 없는 과잉투자에 대해 학계에선 처음부터 건설에 반대했었다”며 “천문학적 예산만 쏟아붓는 무절제한 지방공항 확충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