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살아온 수백명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지난달 31일 대륙으로의 강제송환 조치에 반대하며, 철야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에서도 '이산가족' 문제가 시끄럽다. 홍콩 당국이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려 하기 때문인데, 해당자들은
'중국에서 태어난 홍콩인 2세 또는 홍콩에서 태어난 불법 체류 중국인
2세'들이다. 홍콩인의 혈육인 이들은 집단 시위를 벌이며 송환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4000여명이 넘는 '불법체류자들'과 가톨릭 지원단체들이 지난달 31일
밤 홍콩의 센트럴(中環) 입법원 청사 앞에서 촛불 시위를 벌인 데 이어
1일엔 200여명이 넘는 불법체류자들과 일부 가족들이 다시 정부 이민국
앞에서 체류 연장과 '가족 재상봉(再相逢)'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사연은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시행 이전부터 홍콩인들은 갖가지 목적으로 중국을
드나들었다. 홍콩인들과 중국 여인들간의 중국 현지 결혼도 성행했다.
환갑이 지난 홍콩 사업가가 20대의 중국 여인과 결혼하는 것은 지금도
드물지 않다. 홍콩인 남편과 중국인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하고, 결국 홍콩의 아버지를 찾으면서 문제는 터졌다. 홍콩 정부는
'속지(屬地)주의' 정책과 불법체류자 판정 등으로 중국에서 태어난
'홍콩인 2세'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홍콩
밀입국도 성행했다. 홍콩과 중국간 소득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불법체류자가 된 중국인들의 숫자는 7000여명선. 홍콩 인구(670만명,
2001년)의 0.1%선이다.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4037명은 스스로
되돌아갔지만 나머지 3000여명은 홍콩 정부에 거주권(居住權)을 요구하며
본국 송환을 완강히 거부해 왔다.

홍콩 정부는 "중국인 자녀들을 수용할 경우 홍콩 경제가 버텨내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중국인 유입을 애써 막으려 했던 지난
10년간에도 홍콩 인구는 103만명이나 늘었다. 그 사이 실업과 복지비
지출문제는 늘상 홍콩인들을 괴롭혀 온 요인이었다.

홍콩 종심법원(대법원)은 지난 1월 10일 '주권반환(1997년) 이전 홍콩에
온 자들 중 출생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홍콩 영주권을 취득한 자만을
구제한다'고 판결했는데 구제대상은 단 30여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약간의 예외조항을 둬 1000여명에게 시간을 벌게 해 줬지만, 여전히
3000여명은 '송환'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자본주의·사회주의의 체제 간 격차가 결국 수많은 한 가족 핏줄을
이산(離散)가족으로 만들며 지금의 중국인, 홍콩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 홍콩=李光會특파원 santaf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