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의 엄정화와 감우성.

한국 영화 속 배우들 노출이 점점 대담ㆍ과감해지고 있다.

엄정화가 곧 개봉할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감독 유하)에서 앞 가슴을 완전히 드러낸다고 해서 화제다. 톱 여배우들의 ‘가슴 노출’은 요즘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주 개봉한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에서는 배두나가 가슴을 완전히 다 드러냈고, 이보다 먼저 개봉한 ‘생활의 발견’(홍상수)에선 추상미ㆍ예지원 두 배우가 벗은 가슴을 보여줬다.

‘복수는 나의 것 ’의 배두나와 신하균.

지난해 ‘조폭 영화’ 바람을 타고 폭력 표현 수위가 대폭 높아진 데 이어 요즘 한국 영화는 성 표현에서도 과속이다. 비디오용 에로 영화가 아닌 극장 개봉 영화에서 스타급 배우들이 섹스신에 몸을 드러내는 것은 외국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번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할 베리가 수상작 ‘몬스터 볼’에서 가슴을 내보인 것이 큰 뉴스가 됐을 정도다. 선례도 홀리 헌터(피아노), 엘리자베스 슈(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등 손꼽을 정도다.

이젠 환상을 제거한 에로티시즘의 실현인가. 한국 영화에서 ‘노출’은 강력한 규제와 그에 맞선 교묘한 표현의 다툼이었다. 80년대 스타 정윤희 장미희가 물에 젖은 옷 사이로 슬쩍 슬쩍 내비치는 몸을 보여줬던 것에 비해 요즘 한국 영화의 스타 노출은 표현 자유의 급성장과 상업성이란 양면을 다 갖고 있다.

상업성이란 점에선 남자 배우들 노출도 예외가 아니다. 장혁은 지난해 개봉한 ‘화산고’(김태균)에 이어 최근작 ‘정글 쥬스’(조민호)에서도 전라(全裸)를 드러냈다. ‘공공의 적’(강우석)에서 설경구ㆍ이성재 역시 전라로 등장했고, 촬영 중인 ‘챔피언’(곽경택)에서도 주인공 유오성이 속옷 한장만 입은 장면을 촬영했다.

스타급 배우들이 대역을 쓰지 않고 이처럼 벌거벗은 몸을 드러내는 것은 1999년 ‘해피엔드’(정지우)에서 전도연이 가슴을 다 드러낸 섹스신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 게 전기. 이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되고, 노출이 ‘스캔들’이 아니라 ‘열연’이란 세평을 얻으면서 여배우들도 벗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영화계에서는 말한다.

‘생활…’의 홍상수 감독은 “몸 자체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 관습화된 연기술로 전달되는 것이 아닌, 즉물적인 느낌을 전하고 싶어서 배우의 몸을 관객에게 직접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복수는…’ 관계자도 “상업적으로도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영화 속에선 말 못하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친구의 의사소통이란 점에서 섹스신이 꼭 필요했다”고 말한다.

성담론의 개방이란 측면에서 보면, 벗은 몸의 시각적 효과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직설적 대사들이다. ‘생활의 발견’에서 여주인공은 “제 가슴 예뻐요?”하고 상대에게 묻는다. ‘결혼은…’은 더 노골적이다. 이 영화 윤상옥 프로듀서는 “한 스타급 여배우는 노출은 둘째치고 대사 때문에라도 역할을 맡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전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이같은 경향에 대해 “오히려 좀 더 벗어야한다”고 지지한다. “영화의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벗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성숙했을 때 가능하다”는 전씨는 “다만, 벗은 몸을 볼거리로 전시하는 경향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상상의 여지로 남겨둘 수도 있는데 꼭 그 장면을 보여주고 그 대사를 들려줘야하는지,” 반문하는 한 평론가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실제론 상업적 목적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