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프로야구에서 LG투수 신윤호(27)의 투구동작에 대한 '보크 논쟁'이 하나의 공부거리가 되고 있다. 보크는 '주자가 루에 있을 때 투수의 투구반칙행위'를 말한다. 보크가 선언되면 모든 주자에게는 1개의 진루가 허용된다.

사실 이같은 '보크 시비'는 이따금 있었던 일이다. 지난 99년 3월 19일에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일부 투수들의 애매한 투구동작에 대한 논란을 막기 위해 '프로야구 보크규칙 적용 강화'라는 제목으로 심판위원과 각 구단에 문서로 통보한 일도 있다.

KBO는 이 문서에서 ①주자가 있을 경우에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한 손을 고정시킨 뒤 다른 손을 글러브에 살짝 집어 넣는 행위 ②세트포지션에서 투구하기 이전에 완전히 정지하지 않는 행위 ③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투수가 투구동작을 변형하는 행위 ④퀵피치(quick pitch) 등에 대해서 심판은 주자가 있을 때는 보크, 없을 때는 볼을 선언한다고 내규로 명확히 규정했다.

보크에 대해서 야구규칙(8.05)은 무려 13가지를 열거하고 있을 정도로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수판(pitcher's plate)에 중심발(오른손투수는 오른발, 왼손투수는 왼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동작을 일으키다가 투구를 정지하거나, 고의건 고의가 아니건 볼을 손에서 떨어뜨리거나, 1루 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만하고 실제로 던지지 않았을 경우 등이 대표적 유형이다.

보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투수의 이중적인 역할을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수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상대로 투구를 하고, 투구가 끝난뒤에는 야수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즉 투수가 투수판에 발을 딛고 있을 때는 '볼을 던지겠다'는 의사를 타자에게 밝힌 것으로 이 때는 반드시 타자만을 상대로 투구를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고 투수판에 발을 댄채 루에 나가 있는 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송구동작을 하게 되면 보크가 선언된다.

반대로 투수판에서 발을 떼었을 경우에는 야수의 역할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므로 타자를 상대로 어떤 동작을 취해서는 안된다. 타자를 상대하려던 투수가 갑자기 야수가 돼 잽싸게 주자를 견제하거나, 주자를 견제하려던 투수가 냅다 타자에게 투구를 한다고 가정해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같은 보크규정은 상대방을 속이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는 모든 스포츠의 기본정신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야구경기도 항상 페어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관전한다면 보크에 대한 규정이 보다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영한사전에서도 보크(balk)는 '장애 훼방 방해'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보크와 관련해 재미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보크로 선언된 투구를 타자가 때려 홈런이 됐다면 이 홈런은 유효한 것일까. 정답은 홈런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안타가 되거나 4사구, 실책 등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타자에게 고의4구가 시도되었을 때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기 전에 포수의 한쪽발이라도 캐처스박스 밖으로 나가면 투수에게 보크가 선언된다.

결국 보크규정을 적용하는 심판의 판단은 투수의 투구와 송구동작이 타자와 주자를 기만하고 경기를 지연시키기 위한 것인지 여부 등에 달려있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투타의 대결도 정정당당해야 하고, 이런 관점에서 심판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감독과 선수들은 믿고 따라야 하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다.

< 스포츠조선 조이권 대기자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