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는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대박’이 터졌지만, 주인공 김을분(77) 할머니는 충북 영동군 상촌면 산골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영화 흥행이 성공하면서 ‘벼락부자’라도 된 듯이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등쌀, 신분의 위협 등을 견디지 못한 가족들이 할머니를 서울 근교의 모처로 모시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머니도 이를 원했다고 한다.
김 할머니의 셋째 손녀 이모(23)씨는 지난 11일 영화 투자사인 ‘튜브엔터테인먼트’(www.tube-entertainment.co.kr)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난 어버이날 가족회의를 열어 할머니가 17세에 시집 와 60평생을 사시던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양은 “이날 가족들은 모두 울었고, 아빠는 ‘어머님과 조상님에게 죄송하다’며 통곡했다”고 적었다.
이 양은 이 글에서 “영화 출연 이후 시골 할머니 집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읍내에 나가서도 ‘돈을 얼마나 벌었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리며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또 서울에 사는 아들 집 근처에도 건장한 남자들이 기웃거리는 모습이 2~3차례 목격돼 가족들이 불안에 시달렸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13일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서울 잠실에 사는 장남(55) 부부와 함께 서울 근교에 살 집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남 이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딸이 인터넷에 글을 띄운 것을 모른다”고 말문을 닫았다. 영화사측은 “할머니가 받은 출연료는 3000만원 정도”라며 “산골 소녀 영자의 경우처럼 돈벌었다는 소문 때문에 비극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다 가족들이 이사를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영화 개봉 이후 줄곧 아들의 서울 집에 머물렀으며, 지난 1일 관객 200만명 돌파 기념 ‘마을잔치’ 때만 잠깐 마을에 들렀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잔칫날에도 행사장에만 왔을 뿐 자신의 집은 찾지 않았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궁촌 2리 이장 김재문(金在文·72)씨는 “할머니가 몹시 피곤해 보였으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좋지 않은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상촌면 사무소 심동석(54)씨도 “할머니는 호두농사와 밭농사를 짓던 옛날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제 2의 영자사건이 나지 않도록 할머니를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사측과 영동군청은 최근 김 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과 영화 세트장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논의했으며, 철도청은 한술 더 떠 오는 23일과 26일 ‘집으로’ 촬영 현장을 둘러보는 관광열차를 운행한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