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道理)」란 쉽고도 평범한 것이다.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어렵거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든 게 아니다. 도리란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最小限)」을 규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쉽고도 평범한
도리가 무너지면 세상도 무너진다. 세상의 모든 관계란 사실은 도리라는
주춧돌 위에 세워진 건축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도리」 「스승의 도리」 「학생의 도리」 「부모의 도리」 「자식의
도리」가 중요하다.
11일 오전 연세대학교 송복(宋復) 교수의 정년퇴임 강의실에서 벌어진
소동을 전해 듣고 다가서는 첫 느낌은 세상의 도리가 무너졌구나 하는
개탄이다. 이것은 혐오의 감정보다 앞서는 섬뜩한 위기의식이기도 하다.
송복 교수는 이 학교에서 3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송 교수의
강의가 충실했는지 불충실했는지는 바깥사람으로선 알 길이 없다. 또 송
교수가 「이런 생각」을 가졌는지 혹은 「저런 생각」을 가졌는지도
관계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송 교수가 그 긴 세월 동안 책을 읽고
연구를 하고 학생을 가르쳐온 스승이라는 사실뿐이다. 이 스승이 학교를
떠나는 날, 그 스승에게서 배우고 가르침을 받은 학생의 도리는
무엇일까.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쉽고도 평범한 최소한의 행동은
무엇이겠는가.
대답은 물론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열심히 닭짓한 당신,
떠나라』는 피켓을 흔드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송뽁, 당신
떠나면 우리 넘 심심해!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야디야
얼씨구나』라고 막가는 욕질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도 자명(自明)하다.
「송복 교수의 퇴임을 경축하며」라는 성명서를 만들고 나눠주는 상식 밖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은 더더욱 당연하다. 우리가 11일 송 교수의
정년퇴임 강의실에서 목격한 것은 「쉽고도 평범한 인간사회의 최소한의
도리가 무너지는 장면」, 그래서 「세상도 대학도 함께 무너지고 있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