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노래로 휴식의 한때를 보내고 있는 북한 젊은이들.북한당국은 최근 젊은이들이 남한노래 부르는 것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가수 김연자씨의 두 차례 북한공연으로 유행된 일제강점기의 옛 노래들인
「홍도야 울지 마라」, 「타향살이」 「꿈에 본 내고향」 「눈물젖은
두만강」등은 북한주민들에게도 친숙한 노래가 됐지만 여전히 남한노래에
대한 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1996년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건전한 유행가」 는 비판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며 「계몽기 가요집」을 발간해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게 했다. 북한에서도 흘러간 옛 노래는 장년층 이상의 취향에는
맞지만 젊은이들에게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계몽기 가요집에 지정된 노래이외의 정체불명의 노래를 부를 경우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정보기관)나 인민보안성(경찰기구)의 처벌을 받고 있다.
90년대에 비해 남한노래를 부르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늘어나 일일이
통제할 수는 없지만 무분별하게 부르거나 유포시키는 자들은
강제수용소로 가는 엄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두만강을 건너온 한 탈북자는 『조선(북한)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파라디오』라고 전했다. 그는 계몽기 가요 확산으로 남한노래에
대한 규제가 풀린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를 하냐』며 남한노래에 대한 통제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웬만한 한국음악은 바로바로 유행될 정도로 젊은이들 속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단파라디오를 이용해
엄정화의 「눈동자」를 들으며 가수의 얼굴을 상상했다고 한다. 평양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남한노래의 유행속도가 빨라 북한당국의 골머리를
썩어왔다.

노래 이외에도 한국 비디오물은 북한에서 단연 인기품목이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드라머 「용의 눈물」「태조 왕건」 등은 북한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보고싶어 하는 비디오물로 돼 있다. 1990년대에는 주로 홍콩
비디오물이 유행했었다. 북한의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북-중 국경지대의
밀수꾼들은 과거 홍콩이나 미국 비디오물보다는 남한에서 최근 방영한
사극을 더 요구한다고 한다. 아무리 비싼 가격에도 남한 사극 비디오를
구입하겠다는 북한 주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들여가 복사해 팔면 큰 이익을 남길 수도 있지만
국가안전보위부에 적발되면 목숨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남한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의 정보기관은 통제의 고삐를 조이고 있지만
부패사슬이 만연해져 예전수준으로 돌리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