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11일 테러 당일 조종사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대한항공 여객기가 미국 전투기에 의해 격추될 뻔 했다는 뉴스는 충격적이다. 영어를 잘 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하면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나라를 망신시킬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공항의 건물이나 시설은 세계 일류 수준이다. 그러나 외국 손님들을 위해 써붙인 영어 안내문은 후진국 수준이다. 8월 2일 인천공항에는 “모든 승객의 Hand-Carry 물품에 대하여 X-ray 검색을 실시하고 있사오니 신변소지품을 Hand-Carry 가방에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써놓고 영어로 “As all passenger's hand-carries are subject to X-ray inspection, if you put your every personal belongings

into your hand-carries, it will be deeply appreciated.”라고 번역해 놓았다. 이것은 우리말을 거의 글자 그대로, 그리고 말 순서 그대로 직역해 놓은 것이어서 영어 원어민이 보면 실소를 자아낼 것이다. 항공승객이 손에 들고 타는 짐 ‘carry-on baggage’를 ‘hand-carries’라 한 것도 눈에 거슬리고 ‘모든 승객의’를 ‘all passenger's’라 한 것도 문법에 맞지 않는다. ‘all’ 대신 ‘every’를 썼어야 한다.

‘모든 신변소지품’을 ‘your every personal belongings’라 한 것도 한국식이다. 한마디로 이 영어 안내문은 문법도 어법도 다 서툰 ‘Konglish(한국식 영어)’다. 제대로 쓰려면 “Before your carry-on baggage is X-rayed, please empty your pockets and put the items into your bags. Your cooperation will be appreciated.”라고 썼어야 한다.

연초에는 ‘Not an Exit(나가는 문이 아니다)’라고 써야 할 곳에 ‘No Way Out(공항을 빠져나갈 길이 없다)’라고 잘못 써붙이고, 또 입국심사대 전광판에 “Please waiting in line.”이라고 잘못 써 있기에 필자가 신문 기고를 통해 그것을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에 보니 둘 다 고쳐지긴 했다. 그러나 이번엔 쓸데없이 ‘line’ 앞에 ‘one’이란 단어를 더 붙여 “Please wait in one line.”이라고 적혀 있다. 입국 심사대가 10여 군데나 있는데 한 줄로 서서 기다리라니 외국인들을 당황스럽게 할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하도 무질서하게 줄을 서니까 “한줄로 서라”는 말을 자주 쓰다보니 영어로도 그렇게 써붙인 모양인데 이것은 전혀 불필요한 안내문이니 없애주기 바란다.

필자는 엉터리 영어 안내문을 쓴 사람보다 그의 상사나 감독기관을 탓하고 싶다. 그런 중요한 일을 왜 영어 원어민에게 시키지 않는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영어 원어민이 좀 많은가? 그 중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에게 부탁하면 이같은, 나라 망신시키는 안내문은 써붙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런 엉터리 영어 안내문은 인천공항뿐 아니라 전국 도처에 깔려 있다. 이런 것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문화관광부에 영어 안내문 감수팀을 신설해 모든 공공장소에 써붙이는 영어 안내문은 반드시 감수팀의 감수를 받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감수팀은 교육수준이 높은 영어 원어민을 포함해야 한다. 월드컵으로 한층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이제 좀 세련된 영어를 써야겠다.

(조화유/재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