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김중만씨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했다.정종섭(왼쪽)교수와 김 작가는 ‘인간의 존엄 ’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a href=mailto:krchung@chosun.com>/정경렬기자 <


헌법학자와 사진작가.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두 사람이 책을 함께
펴냈다.「대한민국 헌법을 읽자」. 정종섭(45) 서울대 법대 교수와
사진작가 김중만(48)씨가 저자로 올라있다. 『책을 내고, 칼럼을 아무리
써도 사람들은 헌법을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해서라도
헌법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정 교수는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거쳐 학계에 들어온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학자.「헌법연구」 1,2,3 권을 펴냈다.

「헌법을 읽자」는 딱딱한 헌법 해설서가 아니다. 사진과 글이 반반씩
들어간 에세이집 같다. 헌법 전문을 영한 대역으로 싣고, 헌법의 주요
개념에 어울리는 사진을 배치했다. 감사원 항목 앞에는 투명한 유리병이
자리잡았고, 국회 조항에선 사람들이 거리에서 둘러모여 수군거리는
만화가 실렸다.

계엄선포 조항에는 떨어진 청바지에 신발이 벗겨진 남자의 하반신이
실렸다.『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고 김현식의 생전 마지막 사진입니다.
90년 6월 부산 해운대에서 찍었는데, 11월에 죽었어요. 계엄령의 살벌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프랑스 니스 용용미술대학을 수료한 김중만씨는 유명 연예인들의
개성있는 장면을 찍어온 인기 사진작가. 올해 아프리카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10여 년전 차병직 변호사를 통해 『사진을 배우고 싶다』는 정
교수를 소개받은 후 「지기」(知己)가 됐다. 하지만 사진작가와 헌법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전 마약 때문에 한번 수감됐고, 정신병원에도
다녀왔습니다. 프랑스 국적으로 허가없이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었다고
강제추방도 두번이나 당했구요. 이번 작업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당신에겐 헌법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묻자 그는 '희망'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80년대 일본에서도 헌법을 읽자는 붐이 일어났다』며
『사회가 어느 정도 발전하면, 헌법을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헌법은 국민들이 합의한 최소한의 기본 질서입니다. 목적이 옳다면
수단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최근 많이 보편화됐는데, 기본적인
합의를 무시하면 나중에 기댈 곳이 없어집니다.』

부록 삼아 실은 해제에서 정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새삼
강조한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우리 헌법은 기본적으로
진보적이고, 전향적』이라며『자유민주주의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부당하게 공격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