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 꼭 이길거야. 마지막이니까….”
숭민 원더스의 주장 송주희는 경기를 앞두고 벤치의 후배들에게 승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INI스틸에 전·후반을
득점 없이 비겼지만 승부차기 끝에 3―4로 졌기 때문이다. 고별전을
씁쓸한 패배로 마친 숭민 선수들은 땀 섞인 눈물을 훔치며 하나둘
그라운드를 떠났다.
12일 서귀포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83회 전국체육대회 여자축구 일반부
숭민 원더스와 INI스틸의 첫 경기는 실업의 강호가 맞붙은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99년 12월 창단한 숭민 원더스는 2000년 3월 첫 출전한
대통령배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국내대회를 9차례나 석권한
여자축구의 명문 구단. 그러나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팀 해체를 앞두고
있다. 구단 사정이 쪼들리며 24명이던 선수들은 17명으로 줄었다. 박종환
단장은 프로축구 대구시민구단 감독에, 하성준 감독은 코치로 내정됐지만
남은 선수들의 진로는 기약이 없다. 벌써 3~4개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했다. 1주일에 2~3차례 있던 회식은 잊은 지 오래다.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경기를 앞두고 주장 송주희가 선수들을 소집했다. "화려한 시작처럼
아름답게 마무리하자." 눈물어린 파이팅이 숙소를 울렸다. 입원 치료
중이던 배정수와 강선미는 "함께 뛰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아시안게임에서 양쪽 무릎의 인대와 연골을 심하게 다친 이지은은 자칫
선수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주치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무릎보호대를 차고 상대 문전을 누볐다. 올봄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던 수비수 김여진도 출전을 고집했다. 그러나 숭민은
승부차기에서 1·3번 키커인 박지혜와 김미정이 실축하며 3―4로 무릎을
꿇었다.
"실축한 순간은 잊어버려. 하지만 숭민의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뛴 기억은
잊지 말자." 박지혜의 어깨를 다독이며 GK 김미정이 말했다. 주장
송주희는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계획을 묻자 말없이 입술만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