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 카리스마, 불패신화, 열정…'
LG 이상훈(32)을 수식할때 사용되는 어휘들은 자못 화려하다.
비록 지금은 1이닝동안 고작 20여개의 볼을 던지는게 전부인 마무리 투수지만 '국보' 선동열 이후 90년대 마운드를 어깨 하나로 쥐락펴락했던 스타에 대한 팬들의 전관 예우다
이상훈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아직도 뜨겁다. LG팬들이 인기투표를 한다면 70% 이상의 표가 이상훈에게 집중될게 확실하다.
하지만 4월 12일, LG 팬들은 준엄한 현실과 정면충돌하며 자신들이 오랫동안 숭배해온 한 스타에 대한 환상이 철저히 깨지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LG-현대의 더블헤더 1차전.
LG 선발 최원호가 5안타 2실점으로 선방하고 전승남 김광우 등 릴리프들도 훌륭했다. 물방망이라는 집중비난을 받아온 타선도 모처럼 시원하게 터져 7-3, 4점차로 앞선 9회 LG의 마지막 수비.
이상훈이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예의 '뛰어서 마운드까지' 퍼포먼스를 해보이자 LG팬들은 감격으로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LG팬들은 허탈감에 눈물을 흘려야했다.
9회, 7-3…. 지기 어려운 게임. 그러나 이상훈은 그 어려운걸 기어코 해내고야 만다. 이날 삼진 2개를 당하며 헛방망이질만 하던 프랭클린에게 기습적인 스리런 동점 홈런을 맞은 것이다.
잠실이었다면 2루타에 그칠 타구였으나 바람의 도움까지 받아 펜스를 살짝 넘어가자 이상훈은 충격을 받은 듯 한참동안 공이 넘어간 곳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결국 이 게임은 연장없이 7대7 동점으로 끝났고 LG는 헛심만 잔 뜩 쓴 꼴이 됐다. 하지만 이상훈이 최근 보여주고있는 구위를 감안하면 LG가 역전패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처음 5~6개는 핑핑 빠르게 들어가지만 이후부터는 볼끝이 눈에 띄게 무뎌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플레이오프때도 그랬듯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져 큰 것을 허용하는 '새가슴병'까지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훈의 연봉은 대한민국 투수중 최고액인 6억원.
그가 올 시즌 6억원의 가치를 해낼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비관적이다.
< 스포츠조선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