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옛 제일생명사거리에 자리잡은 강남 교보문고가 오는 5월
3일 문을 연다. 35만종, 200만권을 축구장 두 배 가까운 크기인
3600평(전용면적 1800평)에 꽂아넣은 국내 최대규모다. 높이 100m가 넘는
25층짜리 신축 교보타워 빌딩의 지하1·2층에 서점공간이 마련됐다.
이전까지 국내 최대서점은 광화문 교보문고. 보유장서는 230만권으로
'광화문 교보'가 조금 더 많지만, 서점 면적은 '강남 교보'가
500평이 더 넓기 때문에 서점을 찾은 독자들이 보다 쾌적하게 책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강남 교보문고의 개점으로 본격적인 '서점 강남시대'가 개막되게 됐다.
광복 이후 서점의 무게중심은 광화문~종로 라인에 있었다. 1907년 문을
연 종로서적을 필두로 80년 문을 연 광화문 교보문고, 92년의 영풍문고
등 영화를 누렸던 '서점 종로시대'는 90년대 후반 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97년 강남역 사거리에 진솔문고와 시티문고가 문을
열었고, 2000년에는 고속터미널 인근의 영풍문고 강남점, 또 삼성동
코엑스몰에 자리잡은 반디앤루니스가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종로서적의 최종 부도와 이번 강남 교보문고의 오픈은 한국 서점의
중심축이 이제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는 3일 문을 여는 '강남 교보문고'는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독자를 위한 몇 가지 문화 공간이 눈에 띈다. 어린이들의 놀이터 겸
책읽기 테마공간 '키즈 가든(Kid's Garden)', 1:1 독서상담이 가능한
'북마스터 전문 상담실', 저자와의 만남이나 클래식 공연 등이
벌어지는 '문화이벤트홀', 고객불만과 요구사항을 즉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고객서비스실'과 '고객쉼터' 등이다.
강남대로와 사평로가 겹치며 제일생명사거리로 불렸던 이곳 교차로의
이름은 지난주 서초구의 결정에 따라 교보타워사거리로 바뀌었다. 최근
이곳에 있던 제일생명 사옥이 철거된 탓도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을 지은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이
미래형 인텔리전트 빌딩의 '랜드마크(landmark·이정표)'적 의미를
인정한 덕분이기도 하다. (02)397-3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