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문가 집단들은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취임 100일간의 국정운영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전 정책 분야에서 진보적 정책기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 정책 분야별 이념 분석
조선일보와 한국대통령학연구소(소장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분야별 박사학위 이상급 전문가 155명을 대상으로 통일·외교안보·경제·노동·사회·언론 등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주요 결정을 내린 6개 정책 분야의 이념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치·복지·여성정책 분야는 노무현 정부 초기 이렇다 할 정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문가들이 '강한 진보'라고 평가한 경우 -1, '진보' -0.67, '약한 진보' -0.33, '중도' 0, '약한 보수' 0.33, '보수' 0.67, '강한 보수' 1 등 7단계로 값을 부여토록 해 평균값을 구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념은 노동 분야가 -0.486으로 진보 성향이 가장 강했고, 언론정책 -0.465, 사회정책 -0.460, 경제정책 -0.337 순이었다. 외교안보 분야는 유일하게 0.080으로 보수 성향이었고, 통일 분야는 -0.160으로 중도에 가까운 진보 성향이었다.
이 같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 이념은 김대중 정부와 비교했을 때, 통일·외교안보 분야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나머지 분야는 진보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정책의 경우 김대중 정부의 정책 이념은 -0.592로, 노무현 정부에 비해 상당히 보수화(0.432 차이)된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 역시 노무현 정부(0.080)가 김대중 정부(-0.278)에 비해 더 보수적(0.358 차이)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분야에선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 분야는 김대중 정부가 -0.069로 중도에 가까운 반면 노무현 정부는 -0.337이었고, 언론·사회·노동정책 등도 김대중 정부는 -0.2로 중도에 가까웠던 반면, 노무현 정부는 -0.5에 가까운 진보였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이념을 노 대통령 자신의 후보 시절과 비교했을 때는 전 분야에 걸쳐 보수화 현상이 나타났다. 외교안보 분야는 후보 시절엔 ‘강한 진보’(-0.625)로 예상됐으나 취임 후엔 ‘약한 보수’(0.080)로 나타나 보수화(0.705 차이)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통일정책 역시 후보 때는 -0.643으로 강한 진보였으나 취임 이후엔 -0.160으로 보수화(0.483 차이)가 크게 이뤄졌다.
노 대통령의 후보 때와 비교해 정책기조 변화가 가장 작은 분야는 언론정책으로 후보 때는 -0.600이고, 취임 이후는 -0.465로 차이(0.135)가 미미했다. 취임 전후 정책 일관성이 가장 뚜렷한 셈이다. 경제·노동·사회정책은 후보 시절엔 -0.646~-0.718 등의 강한 진보 성향을 띠었으나, 취임 후엔 -0.337~0.486 정도의 진보로 나타났다. 이 분야들 역시 노 대통령이 후보 때에 비해 취임 이후 정책이념이 보수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 10개 주요 정책별 분석
대통령학연구소는 정책 분야뿐 아니라 개별 정책 결정에 대해서도 이념 성향을 분석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취임 이후 내린 정책 결정 중 사회적 파장이 컸던 10개 정책으로 한·미 정상회담 등 대미관계, 이라크 파병, 대북 송금사건에 대한 특검제 도입,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불참, 국가 교육정보화시스템(NEIS) 정책, 신(新)취재지침 등 언론정책, 서열파괴 인사 등 검찰개혁, 한전 민영화 유보, 집값 안정 등 부동산 대책, 화물연대 파업 처리 등 노동정책 등을 선정했다.
정책별로 국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입장은 뚜렷하게 대비되는데 이에 따라 강한 진보, 진보, 약한 진보, 중도, 약한 보수, 보수, 강한 보수 7단계로 나눈 뒤, 155명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노무현 정부의 선택이 이 중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응답토록 했다.
그 결과 10대 정책 중 7개 정책은 진보, 3개 정책은 보수 성향으로 분석됐다. 가장 진보적인 정책은 서열인사 파괴 등 검찰개혁으로 응답자 중 94%가 진보 성향이라고 답변했다. 가장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5%, 진보 응답 비율이 49.0%, 약한 진보라고 답한 비율이 14.6% 등이었다. 보수적이란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반면 이라크 파병은 강한 보수 16.6%, 보수 52.3%, 약한 보수 23.8% 등 보수 성향 응답 전체 비율이 92.7%로 가장 높았다.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은 2.6%였다.
대미 관계의 경우 보수 응답 전체가 66.9%였고, 중도란 응답이 8.6%, 진보 응답 전체는 24.5%였다. 대북송금 특검제 역시 보수 성향이란 응답이 55.6%였고 중도 27.2%, 진보 17.3%로 보수성향 정책으로 분석됐다.
다른 정책 결정은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석됐는데, 진보 성향이란 응답 비율이 부동산 대책 86.0%, 언론정책 84.7%, 인권 결의안 표결 불참 84.5%, 한전 민영화 유보 80.7%, 노동정책 80.1% 등 압도적이었다. 보수란 응답은 모두 10%에도 못 미쳤다.
NEIS 정책은 진보 성향이란 응답이 52.4%로 보수 성향 20.1%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가 교육부가 다시 NEIS를 시행하기로 발표(6월 1일)하기 직전 이뤄진 만큼 최종 정책 결정이 반영됐을 경우 보수 성향 응답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