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 아민 우간다 전 대통령 <a href=http://photo.chosun.com/html/2003/08/17/200308170046.html> 포토뉴스 관련사진 보기 <

아프리카 최악의 독재로 악명을 떨쳤던 이디 아민(Idi Amin·80) 우간다 전 대통령이 16일 망명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사망했다.
우간다 정부는 신장병과 고혈압으로 입원한 이디 아민이 이날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입원 당시 그는 신장기능이 마비되고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생명보조장치에 의존해 왔다. AFP는 아민이 이날 사우디에 묻혔다고 전했다.

우간다 북부 소수민족 카콰족 출신인 아민은 영국의 식민통치 시절 군 복무를 시작했다. 한때 헤비급 권투 챔피언으로 이름을 떨친 그는 이후 군 최고사령관에 올랐으며, 밀톤 오보테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던 1971년 1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그는 스스로 “빅 대디” “아프리카의 순수한 아들”이라고 부르며 오보테의 측근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에 들어갔다. 아민이 집권한 8년간 우간다에서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30만명으로 추정되며, 인권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자그마치 50만명에 이른다. 그는 이들의 시체를 빅토리아 호수에 악어밥으로 줬으며, 자기 아내를 토막내 죽이고 정적(政敵)의 시신 머리를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등의 엽기행각을 벌였다. 또 “꿈에서 신이 아프리카를 ‘흑인의 나라’로 바꾸라고 명령했다”며 당시 상권(商圈)을 장악하고 있던 아시아계 8만명을 추방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아민의 공포정치는 1979년 탄자니아군과 망명한 우간다인들에 의해 축출됨으로써 8년 만에 막을 내렸다. 5명의 부인과 50명에 가까운 자식들과 함께 리비아·이라크 등을 전전하던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정착해 사우디 정부가 마련해준 저택에서 연금을 받으며 비교적 편안한 여생을 보냈다.

아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우간다 국민들은 일제히 기뻐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웨리 무세베니 우간다(59) 대통령 대변인은 “그의 죽음과 매장은 우리의 안 좋은 과거의 종결을 상징한다”고 16일 밝혔다.

1986년 집권한 무세베니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경제 개혁을 단행, 우간다의 인권신장과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