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차량 폭탄테러로 유엔 본부가 입주한 호텔이 파괴된 가운데, 미군과 관계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19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유엔 본부가 있는 카날 호텔에 대한 트럭 폭탄 테러로, 유엔의 이라크 특사인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 멜루(De Mello·55)를 비롯한 유엔 직원 2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오로지 이라크의 독립과 재건이라는 목적만으로 이라크로 간 직원들에 대한 살인적인 테러는 어떤 것으로도 용서될 수 없다”며 “유엔은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현지에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고위관리도 “유엔은 58년 역사 속에서 최악의 테러를 당했으나, 부상자만 요르단으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러가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문명 세계는 결코 위협당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 살인자가 이라크의 미래를 결정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폴 브레머(Bremer) 이라크 최고 행정관은 "(폭탄 적재) 차량이 곧바로 데 멜루 특사의 사무실이 있는 쪽으로 돌진한 점을 고려할 때, 테러가 바로 그를 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시멘트 적재 차량이 카날 호텔의 한쪽에 설치 중이던 방어벽에 돌진해, 데 멜루의 사무실이 위치한 3층 건물의 한쪽 구석을 완전히 붕괴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유엔 본부측은 그동안 테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어벽 설치 외에는 미국의 경계 강화 제의를 거절해 왔다.
20일 폭파 현장에는 2m 깊이의 웅덩이가 파였고, 호텔 건물에서 계속 검은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적신월사(赤新月社)의 앰뷸런스 차량과 미군 헬기들이 부상자를 계속 후송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브레머 최고 행정관은 ABC 방송에서 “시리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후세인 잔당이 아닌, 9·11 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조직의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유엔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과 차량폭탄이라는 테러의 전형적 수법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차량에 폭탄을 싣고 돌진하는 수법은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1983년 미군에 사용한 이후 알 카에다를 비롯, 중동 테러단체의 상징 수법이 됐다.

제임스 루빈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라크는 미군을 죽이고 싶어하는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장소가 됐다”면서 “바그다드의 요르단 대사관 폭탄테러, 송유관 폭파 등 최근 사태의 배후에는 그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 카에다의 대변인인 압델 라흐만 알 나즈디는 지난 18일 아랍어 위성TV인 알 아라비야가 방송한 음성녹음을 통해 “이슬람 신도들이여, 성전을 준비하고 국경을 넘어 이라크 전사들을 도우라”고 선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