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라는 건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재능이 보잘것없는 인간이란 얼마나 초라할까. 그들은 만화장면 속의 등장인물 1, 2, 3이 되어 클로즈업 컷도 없이 배경 속을 떠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에 운명을 걸거나, 재능 탓을 하면서 한 시절을 보낸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보다 노력하는 범인이 나은 것은 당연하다. 그 위에 한술 더 떠서 작가는 노력하는 천재를 올려놓는다. 아무도 대적할 수 없다. 그러나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결승전은 뜬금없게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스마일은 과묵하고 냉정한 고등학생이다. 그에게 탁구를 가르쳐준 소꿉친구 페코는 어릴 때부터 꽤나 화려한 속공을 자랑하는 탁구소년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현재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에 그다지 탁구에 의욕도 없는 스마일은 사실은 숨겨진 재능의 소유자다. 평범한 사람들은 페코의 실력을 제일로 치지만, 탁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스마일의 범상치 않은 재능에 눈독을 들인다. 그들은 스마일을 자극하고 채찍질한다. “왜 다들 내 일에 끼여드는 거야?”라며 거부하던 스마일도 결국은 그들의 노력에 승복하고 고된 트레이닝에 나선다. 놀라운 재능과 무시무시한 노력이 합쳐진 그는 말 그대로 ‘탁구기계’가 된다. 눈부신 실력, 인간미 결여, 무미건조한 플레이.

페코를 이기기 위해 피가 터지게 노력하지만 결국 스마일에게 무릎 꿇고 마는 아쿠마, 연전연승의 승승장구 속에 중압감에 시달리다가, 페코를 통해 탁구의 즐거움에 눈뜨는 카자마,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아는 만큼 다른 사람의 재능에도 민감한 공 웬가.

그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탁구에 자기자신을 건다. 그 중에서도, 정말로 탁구가 즐거워서 하는 사람은 페코뿐이다. 잘하고, 지기 싫고, 그래서 이기고, 결국은 즐겁다. 작가는 결국 보잘것 없지는 않은 재능,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즐거움’에 결정적으로 손을 들어준다. 아무리 눈부신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재능 아닐까.

(책칼럼니스트·baxa@sugarspr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