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운전자에게 암전류(暗電流)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암전류란 조금씩 새는 전류를 뜻한다. 자동차 배터리는 구조상 어떤 장치에 사용되는 전류가 없어도 기간이 경과하면 전기에너지가 스스로 줄어드는 자기방전(自己放電) 현상이 나타난다. 쉽게 말해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고 주차만 해두어도 자동차의 배터리 전원은 저절로 손실된다는 얘기다.

정상적인 차량의 배터리 자기방전량은 그다지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보름에 한 번 정도 20여분간 운행하면 배터리의 전기 보전량은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배터리 용기 상단부가 배터리액인 묽은 황산액에 의해 젖어 있는 경우 자기방전으로 인한 전류 손실이 가중된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배터리 수명은 단축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터미널 단자와 플라스틱 용기 상단부를 늘 청결하고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터리 수명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암전류는 자동차 회사가 인정한 허용치(20~25㎃ 이하)를 크게 넘는 비정상적인 양의 암전류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시동을 걸 때 모터 소리가 점진적으로 약해질 경우 충전장치를 먼저 점검하고 만일 충전장치가 정상일 경우 배터리를 교환한다. 배터리를 교환하고 나서도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면 반드시 과다한 암전류가 어떤 장치에 흐르고 있다고 판단하면 된다.

이런 현상은 전류 테스터기에 의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터미널의 음극 터미널을 탈거한 다음 전류계를 통해 측정하면 된다.

과다한 암전류의 원인은 단순한 전장품의 고장일 수도 있고 배선들이 차체와 만나 방전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테스터기를 설치한 상태에서 퓨즈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점검하면 방전 계통을 찾을 수 있고, 더 세밀히 조사하면 고장 부위가 밝혀진다.

과도한 암전류를 예방하려면 먼저 전기배선의 불법적 개조를 피해야 한다. 부득이 배선작업을 해야 할 때는 전선끼리 서로 만나지 않도록 깔끔한 마무리작업과 정확한 용량의 배선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광표·현대자동차 고객써비스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