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 국회 대표단이 묵고 있다가 로켓탄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호텔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셰라톤 호텔과 함께 바그다드시를 가로지르는 티크리스강 동쪽변의 사둔가(街)에 있다.
현재 미군정 청사로 쓰이고 있는 공화국궁을 강 건너 마주보고 있는 팔레스타인 호텔과 셰라톤 호텔 단지 앞에는 지난 4월 7일 바그다드 함락과 동시에 철거된 사담 후세인 동상이 있었던 원형의 ‘피루도스(천국) 광장’이 있다.
18층짜리인 팔레스타인 호텔에 대한 피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기간 중인 지난 4월 8일 16층 외신기자 숙소에 미군이 탱크 포격을 가해 로이터통신과 스페인TV 카메라맨 2명이 숨지고 수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 탓에 호텔 외벽에 피격 자국이 아직도 선명한 16층은 물론 호텔 고층은 외부로부터의 로켓포, 박격포 공격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돼 투숙객들이 기피해왔다.
현재 미군은 팔레스타인 호텔과 셰라톤 호텔 주변에 높이 3m의 콘크리트 벽을 도로변 100m 이상에 걸쳐 설치해놓고, 장벽 안쪽의 두 호텔 사이에는 미군 에이브럼즈 탱크 2대가 항상 위치하며 테러공격에 대비해 왔었다. 또 AK47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이라크 경찰과 미군 병력이 하루 24시간 내내 호텔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에서 차량과 사람들에 대한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사진촬영조차 금해왔다.
한국 국회 대표단이 묵은 팔레스타인 호텔은 지난 1970년대 초 프랑스의 호텔체인인 메리디언(Meridian) 호텔로 출발했으나 이후 메리디언과의 인연을 끊고 독자적인 호텔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라크인들에게는 여전히 ‘메리디언 호텔’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그다드 시내 특급호텔 중 하나로, 방값은 1박에 1인실 70달러, 2인실 80달러이지만, 내부시설은 1991년 이후 계속된 유엔의 경제제재로 인해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열악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셰라톤 호텔 역시 현재는 더 이상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셰라톤과는 무관하지만 그 이름은 계속 갖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호텔에는 이라크 재건과 관련한 각종 계약을 따내려는 미국 기업인들과 외국기자들이 주로 투숙해 있다.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 가능성 제1호’라는 소문이 무성한 탓에 최근 들어 외국인 투숙객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미군의 삼엄한 경비 탓에 “오히려 안전하다”는 얘기도 많았다.
그러나 호텔 주변의 삼엄한 경비는 호텔 내 폭발물 설치 또는 접근 자폭테러 등만 방지할 수 있었을 뿐, 수백m 떨어진 곳에 발사가 가능한 로켓탄 공격에는 속수무책임이 다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에는 또 다른 바그다드 시내 특급호텔인 알 라시드 호텔에도 후세인 추종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로켓포 공격이 이뤄져 마침 이곳에 투숙 중이던 폴 울포위츠(Wolfowitz)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급히 대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미군 소령 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때도 알 라시드 호텔 주변의 경계는 삼엄했으나 정작 로켓탄은 400여m 떨어진 한 공원에서 발사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