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영국 자장가다.
‘고요히 잘자라 가지 끝에/바람이 불면 요람이 흔들리는데/보채면 가지가 꺾여/요람이 땅에 떨어지고 /아기도 떨어지고….’ 영국 아기들은 이처럼 보채면 응수를 받는다는 체벌이 침투된 자장가를 듣고 자란다.
줄넘기할 때가 되면 ‘바닷가에서 굴러 조니가 밀크병을 깼네/내가 밀었다고 핑계대기에/나는 엄마에게 일렀고/엄마는 아빠에게 일러/조니는 엉덩이 맡기를/한 번… 두 번… 세 번….’ 이렇게 폴짝폴짝 줄넘기를 해나간다. 놀이 노래에까지 침투한 체벌이다.
영국왕실에서는 왕자를 기숙학교에 보내어 응석 단절교육을 시키는데 매맞을 일을 하면 지엄한 몸을 때릴 수 없다 하여 대신 매를 맞는 태동(笞童)을 정해놓고 매질을 했다. 지금의 찰스 왕세자는 태동을 두지 않고 실제로 매를 맞은 최초의 왕자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인 유길준(兪吉濬)이 유학했던 미국 거버너 더머 기숙학교에 가보면 100여년 전 학교건물이 보존돼 있는데 교실 하나 교무실 하나, 그리고 그 중간에 매를 치는 태실(笞室)로 이루어져 있다. 매맞을 일을 하면 과실을 자인시키고 태실에 데려다 교장선생님이 소정의 매를 쳤다. 영미계(英美系) 학교들에서 체벌의 비중을 말해주는 태실이 아닐 수 없다.
십수년 전만 해도 영국 잡화상에서는 케인과 패들 등 체벌용 매를 팔았으며 영국집에 초대되어 가 벽에 이 매가 걸려 있나 여부로 이 집의 신분이 중상류 계급인 젠트리(gentry)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었을 만큼 체벌은 고급문화였다.
유목생활에서 가축들을 기르고 버릇들이는 데 매질이 일상화하여 내려온 것이 유럽 체벌문화의 뿌리 가운데 한 가닥이요, 유럽중세 시대에는 어린이란 오로지 ‘작은 어른’일 뿐이며 미완성 인간으로서, 완성수단으로 체벌이 종교적으로 합법화하였었다는 것이 다른 한가닥이다.
버트런드 러셀마저도 어린아이들 속에는 악마가 들어 있으며 이를 내쫓는 수단으로 체벌을 합리화하고 있다. 교육상 체벌을 합법화해온 마지막 나라가 영국이요,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인도·파키스탄·태국·남아공 등 영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에서 체벌이 나름대로 숨쉬어 왔다. 한데 영국 노동당이 체벌금지법의 입법을 예고했고 초당적 호응을 얻고 있어 체벌종주국이 증발 전야에 놓인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