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03 동아TV 패션 뷰티상’ 시상식장. ‘올해의 패션 아이콘상’ ‘올해의 패션기자상’ 등에 이어 ‘올해의 스타일리스트상’ 수상자가 호명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연예인·모델 등에게 옷 입히기를 직업으로 삼는 스타일리스트(코디네이터)들이 올해 최고의 브랜드로 뽑은 ‘프랭키B’의 대표이사 때문이었다.
“네, 가수 이상우 맞습니다. 제가 프랭키B 사장입니다.”
프랭키B 대표이사 이씨는 놀란 청중들을 향해 자신의 변신사를 설명했다. “5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장나라, 한가인이 제가 키운 스타예요. 엔터테인먼트를 사업 자체가 아닌 마케팅 툴(tool)로 이용하면 더욱 가치가 있겠다 싶어 고민하던 중 패션과 접목시키기로 했습니다.”
◆ 첫번째 사업 - 연예인 매니지먼트
이상우씨는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슬픈 그림같은 사랑'이란 노래로 금상을 받으며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지금 중학교 3학년 아래 아이들은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라며 웃었다.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그녀를 만나는 곳 100m전' 등의 노래를 히트시킨 이씨는 '가요톱10' 등의 순위 프로그램은 물론, 10대 가수상을 3년 연속 받는 등 많은 상을 탔다. 이번 동아TV '올해의 스타일리스트상'은 이씨가 1994년 '비창'으로 가요상을 탄 이후 처음 받은 것. 이씨는 "상을 받은 지 너무 오래 돼서 떨렸다"고 했다.
이씨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연예계 활동을 줄이며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9년 선택한 사업이 연예인 매니지먼트. 마침 불어닥친 벤처 열풍 덕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그의 회사 '원업엔터테인먼트'는 10개월만에 자본금이 33억원으로 불어나는 투자를 받았다.
"연예인이 사업을 하면 유리한 게 많더군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창업투자회사 사장님을 만났는데, 그 분이 제 팬이었습니다. 열흘만에 투자를 받았죠. 사람들은 '연예인이 사업을 알겠어?'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5개 중 2개만 보여줘도 감동하죠. 나머지 3개는 기대의 상대적 가중치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씨는 사업을 시작한지 2년만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연예인 매니지먼트는 상품이 연예인이에요. 아무리 상품을 잘 만들어도 막판에 상품이 틀어지면 헛수고가 되죠. 몇몇 연예인들 때문에 속앓이를 한 후 사업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 두번째 사업 - 청바지 장사
‘고정된 상품’을 찾던 이씨에게 기회가 온 것이 청바지 브랜드 ‘프랭키B’였다. 프랭키B는 1999년 미국의 록 그룹 건즈앤로지즈(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 길비 클락의 부인인 다니엘라 클락이 딸 ‘프랭키’의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
아찔하게 짧은 밑위가 특징인 이 청바지는 제니퍼 로페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맥 라이언 등 세계적인 패션 리더들이 입으면서 급성장했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의 아시아 판매권을 이상우씨가 갖게 된 것. 이씨는 “함께 일하는 똑똑한 친구들 덕분”이라고 했다.
프랭키B는 미국에서 헐리웃 스타 마케팅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스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씨는 “요즘 패션 브랜드의 성공은 연예인들이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 첫 매장을 연 프랭키B가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한 것도 하지원, 보아, 이효리 등 연예인들이 입어준 덕분이다.
이씨는 올해 프랭키B 판매를 위해 세운 KB네트워크를 ‘프랭키B아시아’로 개명하고 패션 사업에 몰두할 생각이다. 매니지먼트회사 원업은 프랭키B아시아의 한 부서로 편입시킬 계획.
사장님이 된 이씨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알 없는 안경’을 더 이상 끼지 않는다. “나이도 먹었는데 실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도수 없는 알을 넣었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이씨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을 둔 결혼 10년차 가장이었다. 이제 그를 ‘꺼벙이’란 별명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