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인 로버트 김의 부친인 김상영(金尙榮·90) 전 국회의원이 13일 오전 5시 경기 남양주 에덴요양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1914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3년 부산상고 졸업 직후 조선은행 행원으로 출발, 금융조합연합회(현 농협) 이사와 흥업은행 전무이사 등을 거쳐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뒤 8·9대 공화당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고인은 한국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와 한국산업정책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경제분야 공헌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 밖에 국민은행 설립에 기여하기도 했다. 근·현대 한·일연구회 신영길 회장은 “고인이 흥업은행에 남아 있는 일제 귀속 재산을 국민은행 설립기금으로 전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국민은행 발족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과 ‘로버트 김’ 후원회 관계자들은 “5개월만 더 사셨어도 출감한 아들을 보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아들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은 1996년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중 한국 정부에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8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오는 7월 27일 출소 예정이다.
고인은 지난 2000년 8월 아들을 면회하러 미국에 갔다가 면회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삼남(三男)인 김성곤(전 국회의원)씨는 “면회가 진행된 3시간 동안 부자(父子)가 내내 눈물을 흘렸다”며 “당시 아버지는 형님에게 ‘네가 나올 때까지 꼭 살아 있겠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로버트 김도 지난달 31일 버지니아주 지방교도소로 이감하는 도중 국제전화로 후원회 관계자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버지가 조금만 더 나를 기다리셔서 임종하실 때라도 곁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고인은 아들 면회 후 중풍 증세까지 나타났으며, 2002년 심장병 수술을 받은 뒤 요양 중이었다.
‘로버트 김’ 후원회 이웅진 회장은 “미국 정부에 상주(喪主)인 로버트 김이 일시적으로 국내 입국을 할 수 있도록 호소문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 부인 황태남(黃泰男)씨와 4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이고, 발인은 15일 오전 7시30분이다. (02)3010-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