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작가 강석영(55·이화여대 교수)씨는 지난해 9월 아테네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그리스 아테네 근교에 조성될 대규모 ‘국제 도예 올림픽 공원’에 작품을 낼 한국 작가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군가 장난치는 건 줄 알았다”고 했다. “깜짝 놀랐어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거든요. 대체 어떤 경로로 제가 선정됐는지는 지금까지도 몰라요. 그 쪽에서는 ‘그저 작품을 보고 결정했을 뿐’이라고만 말하더군요.”
올 7월 19일 문을 열 아테네 올림픽 도예 공원에는 지금까지 올림픽이 열렸던 18개국 21개 도시를 대표하는 도예가들의 작품이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강 교수가 지난해 11월 말부터 3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출품작의 제목은 ‘순수, 화합, 축제’. 희다 못해 푸른 빛을 발하는 지름 12㎝, 높이 80~85㎝짜리 백자(白磁) 원뿔 400개가 정사각형 공간 안에 질서정연하게 줄 맞춰 서 있다. 그 공간 안에 내려앉은 빛은 살풋 구부러진 뿔 끄트머리에서 환호성처럼 왁자지껄하게 부서진다.
“우승이 결정된 순간의 감동, 환성을 지르며 박수치는 군중들의 율동감을 빚어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이화여대 도예관에 전시돼 있는 이 작품은 다음달 배편으로 그리스로 옮겨진다.
지난 1964년 ‘손 끝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좋아서’ 도예를 시작했다는 작가는 40년째 ‘흙과 불의 예술’을 계속해 오고 있다. 지난 1997년에는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이화여대 도예연구소 학생들과 함께 전남 영암에서 채취한 고령토만을 가지고 만든 ‘영암도자기’를 개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삶에서 도자기와 함께 했던 세월이 도자기와 함께 하지 않았던 나날보다 더 많지만 그도 한때는 도자기를 떠날 생각을 했었단다. 그는 “홍대 미대를 막 졸업했을 무렵에는 도예에 싫증이 나 1년간 일반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고 프랑스 국립공예미술학교 유학시절에도 유리공예로 발길을 돌려볼까 생각했었다”면서 “그러나 결국 ‘흙과 불의 힘’에 이끌려 다시 도자기로 돌아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