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모른다. 컴퓨터, 텔레비전, 겜보이가 있어야만 놀 줄 아는 요즘 아이들은 정말 모른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물과 폐품, 그리고 사금파리, 깡통, 돌조각, 굴렁쇠, 풀, 새끼줄, 나무막대기 등이 모두 놀이의 중요한 도구들임을 모른다.

특히 고무신 한 켤레만 있으면 종일 놀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가난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요즘처럼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는 폼나는 자동차는 아니었지만 고무신 한 짝 위에 다른 한 짝을 약간 구부려 끼우면 검정색 승용차, 한 짝을 둥글게 말아 다른 한 짝 앞코에 끼우면 나무랄 데 없는 트럭이 되었다. 공사장 한구석에 있던 모래를 신나게 실어날랐다. 또 고무신 두 짝을 앞코끼리 연결하면 기차가 된다.

그랬다.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어린 시절 새 고무신을 산다는 것은 신발과 함께 새 장난감을 사는 것이어서 정말 머리가 하늘에 닿을 만큼 신났는지 모른다. 그 어린 시절의 고무신과 고무신 자동차, 기차놀이를 요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옛적 아이들의 놀이는 이렇게 주위에서 쉽게 구해지는 것을 놀이감으로 하여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북돋우었다.

지금도 선진국들에서는 아이들에게 목재소에서 구한 나무토막들만을 갖고 놀게 한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창작하는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다. 컴퓨터게임으로 우리 아이들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동안 그 아이들은 상상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 걱정이다. 어린이날에 사준 비싼 장난감은 고장나지나 않았는지?

(천진기·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