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南美) 대륙의 절반(약 47%)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국가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 연방특별구(면적 6000㎢)는 내륙에 자리잡고 있다.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옛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 가면 모습을 드러낸다. 브라질리아 한가운데 위치한 TV 타워에서 내려다본 시가지는 비행기 모습을 띠고 있는,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라는 냄새를 물씬 풍긴다. 남북으로 펼쳐진 비행기 양날개 부분에는 아파트 단지가 질서 정연하게 들어서 있다. 시내 동쪽의 비행기 꼬리 부분에는 대통령궁·의회·대법원이 삼각형을 형성, 관청 지역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몸체 부분은 오피스 빌딩과 상가, 금융기관, 쇼핑몰, 호텔 등이 지역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도시를 에워싼 거대한 호수는 건조한 도시에 습기를 공급한다. 유엔산하 교육·과학·문화 기구인 유네스코(UNSCO)가 1987년 세계 문화 유적지로 지정할 정도로 건축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브라질의 수도 이전 논의는 바다를 통한 외세 침략을 걱정했던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질 최초의 수도는 동북부의 바이아주 살바도르였다.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인 1549년 포르투갈 왕이 칙령으로 살바도르를 브라질 수도로 정한 것. 그후 1763년 남동부의 해안지대인 리우데자네이루로 수도를 옮겼다.

하지만 당시 독립 운동가들은 거대한 브라질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브라질 중앙으로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수도 입지를 결정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1823년 호세 보니파시오가 신도시 건설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신도시 이름을 ‘브라질리아’로 제안했다.

1891년 제정된 공화국 헌법 3조에도 국토의 중심인 고이아스주(州) 고원 지대를 미래 연방수도로 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신수도 건설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졌지만 실제 수도이전이 단행된 것은 1956년 대통령 공약에 의해서였다.

1956년 4월 4일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서 쿠비체크 당시 대통령 후보는 수도 이전 의견을 묻는 국민들에게 ‘당선후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쿠비체크는 대통령 당선 직후 내륙 개발이라는 목표를 앞세워 신수도 건설공사(NOVACAP)를 설립하고, 수도이전에 착수했다.

당시 수도였던 리우데자네이루를 중심으로 해안도시들은 수도이전을 반대했지만, 경제 중심지인 상파울루와 당시 집권 세력이었던 군부는 찬성 입장이었다.

오랜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1956년 상·하원에서 브라질 수도이전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대통령 공약이었고 국회를 통과했지만 100여년 전부터 논의됐던 수도이전이 당대에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쿠비체크 대통령은 ‘50년을 5년내’라는 슬로건으로 수도 이전을 밀어붙였다. 임기 내 이전이라는 쿠비체크 대통령의 공약을 맞추기 위해 3년 동안 하루 10만명의 노동자가 3교대로 일을 했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건설 자재를 비행기로 공수했다.

브라질리아에 임시 대통령 집무실 건설을 시작한 이후 3년6개월 만인 1960년 4월 21일 입법·사법·행정부가 브라질리아에 입주를 완료했다. 상파울루대 산하 경제연구소인 FIPE의 시마오 다비 실베 교수는 “당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지 않고, 쿠비체크 대통령의 개인 생각을 밀어붙인 결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단기간에 수도건설을 끝내고 입주를 시작했지만 편의시설은 전무했다.

1970년에 대성당, 1971년에 첫 쇼핑몰이 들어섰다. 중앙은행은 1981년 완공됐다. 공무원의 이전도 쉽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생활기반을 둔 공무원들이 이주를 꺼리자 브라질 정부는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아파트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외국 공관에도 공짜로 토지를 제공하는 혜택을 부여했으나, 외국 공관이 브라질리아에 자리잡는 데는 20년 가까이 걸렸다. 요즘도 경제부처 장관들은 브라질 경제의 중심지인 상파울루에 별도 집무실을 두고, 룰라 대통령도 주말에는 브라질리아를 떠나 상파울루 사택에 머무르곤 한다.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들과 정치인(상·하원 594석) 등도 여전히 주말이면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로 날아가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

재무부 장관 특별 보좌관인 에드문도 마샤도 올리베이라(49)는 “매월 정부에서 월급 이외 1800헤알(600달러)을 보조받아 호텔에 머무르고, 공무를 이유로 주말에 왕복 항공권을 받아 가족들이 있는 상파울루를 다녀온다”고 말했다.

수도 건설 당시에 동원됐던 근로자들은 도시 완공 이후 브라질리아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정부 부처 외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세계 문화유산 유적지라는 브라질리아지만 외곽에는 빈곤층들이 거주하는 대규모 슬럼가가 형성됐다. 브라질리아 인구가 최근 200만명을 넘어섰지만 당초 계획된 중심도시에는 40만명만 살뿐 나머지는 주변 위성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브라질)=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半球모양의 의사당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의 시민들이 의사당 앞 녹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뒤편에 보이는 두 개의 반구(半球) 형태 건물들은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가 설계한 상·하원 의사당 건물로, 그 뒤로 높이 100m의 쌍둥이 빌딩이 조각 작품처럼 세워져 있다. AP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