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교수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다. 단순한 경기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 문제인 성장 잠재력과 시장경제 시스템의 붕괴 조짐에 대한 걱정이다. 웬만해서는 부정적 전망을 삼가는 경제관료들조차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적어도 자신의 임기 중에는 경제가 문제없다고 공언했지만 이제 아무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없다. 소비와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서민들의 생활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외부적인 충격이 오면 또다시 쓰러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든다.

우리 경제는 지난 40여년간 지속된 정치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우리가 세계 12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채택한 데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는 시장경제를 저주하는 ‘굿판’들이 벌어지고 있다.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정치 굿판, 기업가 정신을 억누르는 강성노조 굿판, 장소 불문하고 자리를 까는 사이비 시민단체 굿판, 그리고 이념교육에 몰두하는 전교조 굿판에서 ‘선무당’들이 춤추고 있다. 굿판이 한 차례씩 벌어질 때마다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기업과 돈이 나라를 떠나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선무당들이 확대재생산 구조(?)를 갖추어 놓고 있다는 데 있다. 교육사회주의에 점령된 중등교육은 선무당 사관생도를 양산하고 있다. 열성생도들은 강성노조나 사이비 시민단체에서 ‘내공(內功)’을 쌓은 뒤 ‘정치 엘리트 무당’을 지망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수십년간 애써 가꾸어왔던 시장경제 시스템은 점점 황폐화되어 간다.

빈곤과 복지에 관한 연구로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은 이렇게 경고했다. “최악의 기근은 흉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기능을 가로막는 잘못된 정치 때문에 발생한다.” 좋은 정치는 시장경제의 꽃을 피우고 시장이 역동적으로 기능케 한다. 그러나 나쁜 정치나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정치는 ‘시장의 복수(復讐)’를 부르고 국가를 망가뜨린다.

우리경제에서 포퓰리즘 실험, 실패한 사회주의의 복습이 시장의 복수를 부르고 있다. 시장은 잔인하게도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먼저 복수의 칼날을 들이댄다. 돌아보라. IMF 외환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누구였던가? 잘못된 신용카드 정책의 피해자는 어떤 사람들이던가? 경기불황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또 누구던가?

역사적 사실은 시장경제 원리를 부인했던 나라들은 모두 가난·저성장·추락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그렇게 복수한다. 아르헨티나와 소련을 붕괴시킨 것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미국에 손을 든 것도 시장의 힘이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체제의 종언을 구하게 할 것도 시장의 힘일 것이다.

우리경제는 이미 장기침체의 위기에 돌입하였다. 잠재성장률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성장이 멈추거나 역성장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일본식 장기침체형 위기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여기에 더하여 ‘자본주의 위기’까지 가세했다. 그만큼 서민들의 고통은 배가될 것이다.

시장원리를 모르는 선무당들이 민생과 평등을 내세울수록, 민생의 곤란과 불평등이라는 시장의 복수가 벌어진다. 역사가 증명하지 않는가? 왜 실패로 증명된 포퓰리즘 실험, 사회주의 복습의 굿을 이제 와서 벌이려 하는가? 저주의 굿판을 당장 멈춰라.

(조전혁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