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과거 대법원도 북한을 ‘준적국’으로 인정, 형법의 간첩죄로 처벌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보법을 폐지해도 형법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83년의 대법원 판례와 이 판례의 근거가 된 59년 7월 판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제관계의 변화에 따라 적국·준적국 개념이 바뀌면서 58년 12월 국보법이 개정됐으나, 대법원이 83년에 과거 판례를 잘못 인용하면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83년 대법원은 “북한 괴뢰집단은 우리 헌법상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볼 수 없다”면서도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국가에 준해 취급해야 한다는 게 59년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대법원이 인용했던 59년 7월 18일자 판례는 “북한 괴뢰집단을 위한 간첩행위는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중공계열에 속함으로써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는 결국 북한과 중공을 위한 간첩행위인 만큼 ‘적국을 위한 간첩행위’로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도 국보법이 아닌 형법의 간첩죄로도 처벌 가능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 공안 관계자는 “59년 이전에는 국보법에 간첩죄가 없어 대법원이 중공을 적국으로, 북한을 같은 계열의 준적국으로 보고 북한에 대한 간첩행위를 형법의 ‘적국을 위한 간첩죄’로 처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국제관계가 변하면서 중공에 대해 교전국 개념인 적국 개념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따르자 58년 12월 국보법을 전면 개정해 국보법에 반국가단체, 즉 북한을 위한 간첩죄를 신설해 보완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