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노벨 의학상은 후각의 신비를 밝혀낸 미국의 액설과 벅 두 사람이 공동 수상했다. 시각이나 청각의 메커니즘이 비교적 일찍이 규명된 데 반해 1만가지에 달하는 냄새를 감별해 내는 후각 메커니즘은 1990년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엑설과 벅은 1991년 ‘셀(Cell)’지를 통해 후각을 담당하는 1000여개의 유전자와 후각 수용체의 역할을 발표했으며, 그 이후에도 공동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의 집합체인 냄새가 어떤 경로로 코로 들어와 뇌에서 인지되는지를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엑설과 벅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코 점막에는 1000여개의 후각 유전자가 존재하며, 각각의 유전자는 1대1로 후각 수용체로 발현(發顯)된다. 1개의 후각 수용체가 담당하는 냄새 분자는 약 2~3개며, 1000여개 수용체의 조합에 따라 사람은 1만개 정도의 냄새(또는 냄새 분자)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냄새를 맡으려면 냄새를 구성하는 각각의 화학물질이 그 냄새만 맡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디자인된 후각 수용체와 1대1로 결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된장 냄새를 맡으려면 된장 냄새를 구성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그 물질만 맡을 수 있는 특별한 수용체들에 달라붙어야 하는데, < 그림 >에서처럼 냄새 분자와 후각 수용체가 결합된 뒤엔 전기신호로 변환돼 후구(嗅球·후각신경의 중간집합소)의 사구체란 조직에 모이게 되며, 이것이 뇌로 전달되면, 뇌에서는 각각의 신호를 조합해 ‘된장’이란 냄새를 인지하게 된다. 처음엔 이토록 복잡한 경로를 통해 냄새가 인지되지만, 뇌는 한번 인지된 냄새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비슷한 냄새가 날 때는 즉시 기억하게 된다는 게 엑설과 벅이 밝혀낸 후각 메커니즘이다. 뿐만 아니라 엑설과 벅은 어떤 화학성분이 어떤 수용체와 결합돼 활성화되는지 등을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증명해 냈다.
시각이나 청각과 달리 후각을 잃은 환자는 현재까지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엑설과 벅이 후각의 메커니즘을 밝혀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나 상실된 후각을 복원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