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이루는 가장 작은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이들은 어떻게 서로 결합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은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로스와 폴리처, 윌첵 교수는 1973년 물리학 분야 최고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원자 핵 안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인 쿼크(quark)가 아주 근접하면,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인 강력(强力)이 예상과 달리 매우 약해져서 마치 자유로운 입자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계에서는 이를 ‘점근적 자유성’(漸近的 自由性·asymptotic freedom)이라고 부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쿼크들은 반대로 멀어지면 마치 고무줄을 힘껏 당겼을 때처럼 강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자연계에서 힘이 작용하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서 중력(重力), 전자기력(電磁氣力), 약력(弱力), 강력(强力) 등 4가지 힘이 존재한다고 본다.
고등과학원 박태선(朴太善) 박사는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은 바로 이 강력이 전자기력이나 약력처럼 매우 약해지는 상태를 찾아내 같은 수학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20세기 초까지 많은 부분이 밝혀졌으며, 특히 전자기력은 간단한 수학모델로 실제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이르렀다. 그 결과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 전자기력 모델은 마찬가지로 힘이 매우 미약한 약력까지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력은 워낙 에너지가 커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번 노벨 수상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들은 빛의 삼원색(三原色)이 서로 겹쳐지거나 멀어질 때 색이 변하는 것처럼,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3가지 종류의 쿼크들도 가까이 갔다가 멀어졌다 할 때 강력의 세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강력을 설명하는 이론을 양자색역학(量子色力學, QCD)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양자색역학의 등장으로 인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가운데 전자기력, 약력, 핵력 3가지가 동일한 전자기학의 모델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른바 '물리학의 표준모델'이다.
고등과학원 김재완(金在浣) 박사는 “물리학계의 남은 과제는 자연계 4가지 힘 가운데 아직 통합되지 않은 중력까지 아우르는 ‘대통일장(大統一場) 이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이론이 바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