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째에 접어든 이선민씨는 "여성, 가족 등 나와 가까이 있는 삶들을 앵글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a href=mailto:wjjoo@chosun.com><font color=#000000>/ 주완중기자</font><

여자의 눈으로 들여다본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 마냥 행복한 걸까. 명절은 언제쯤 가족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을까.

두 아이의 엄마이며 사진작가인 이선민(36)씨가 '여자의 집Ⅱ'란 주제로 12월 1~7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여는 사진전은 이런 물음들에 대한 대답과 동시에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명절? 글쎄요. 라디오만 경쾌하지 여자들에겐 즐거운 기억 별로 없잖아요. 남자들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모처럼 일가친척이 모여 정담 나눌 수 있는 금쪽같은 기회인데, 언제부턴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귀찮은 날이 돼버렸지요. 왜 그럴까, 대안은 없을까. 그런 고민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타이틀 작품 '이순자의 집'은 그 고민의 출발점이다. 한여름밤 경북 의성의 어느 종갓집. 자정 넘은 지 한참인데 이 집은 지금 제사를 지내는 중이다. 제사상 차려진 안방에서 예를 갖추고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 마루엔 큰며느리가 무심한 표정으로 다리를 내뻗고 앉아 있다. "마루 윗벽에 걸린 이 집안 남자아이들의 웃는 사진과는 대조적이죠. 따지고 보면 음식 장만부터 제사 후 마무리까지 여자들이 다 주관해요. 남자들은 직장 마치고 달려와 한 10분 제사 드리는 게 고작이죠. 타이틀을 '여자의 집'으로 한 건 그 때문이에요."

타이틀작 '이순자의 집'.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경북 의성 어느 종갓집의 제사 풍경을 담았다.

명절, 생일, 기일 등 집집의 가족 모임에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한 게 1년 전이다. 강릉, 양양, 가평, 서울, 의성 등 스물 남짓의 집을 알음알음으로 찾아갔다. 연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기 위해 사나흘씩 머물렀고, 식구들과 친해질 요량으로 장보기부터 설거지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가 얻은 확신은 "함께 나누고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놓지 않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 연대감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명절은 가족 간 애틋함과 정을 느끼게 하는 참 좋은 전통인데, 그것이 서로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요. 가족이 함께 누리는 기쁨과 행복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02)720-8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