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반 시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음반 시장이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MP3 등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한 이후 침체 일로를 걷던 국내 음반 시장의 큰 물줄기를 되돌리고 있는 중심에는 남성 3인조 SG워너비가 있다. SG워너비는 최근 발표한 2집이 선주문 6만장을 기록한 데 이어 발매 열흘 만에 12만장을 돌파했다.

지난해 국내 음반판매 최고 기록인 서태지의 47만장과 비교해도 페이스가 훨씬 좋은 편이다. 현재 SG워너비 2집은 지방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을 정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 SG워너비의 성공요인을 기획사와 함께 살펴봤다.

남성 3인조 SG워너비가 발표한 2집이 국내 음반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발매 열흘만에 12만장을 돌파해 관심을 끌고 있다.

★4곡 이상 좋아야 팔린다

지난해 '타임리스', '죽을 만큼 사랑했어요'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SG워너비가 2집을 내 놓으며 설정한 판매 목표는 20만장. 이는 데뷔 음반 판매량인 23만장보다는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음반 발매 전 2집 수록곡 '살다가'가 MBC TV 드라마 '슬픈연가'의 마지막 장면에 삽입되며 예약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당초 타이틀곡으로 생각했던 '죄와 벌'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며 음반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갔다. 음반이 발매되자 '와'와 '광'이란 노래까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판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격.

SG워너비의 기획사인 GM 프로덕션은 "한곡을 다운 받는 가격이 500원이라면 적어도 4곡 이상 마음에 들어야 앨범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10대가 움직여야 대박이다

최근 음반 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리메이크 앨범의 강세다. 이런 현상은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음반 판매의 주고객을 잡겠다는 제작 의도에 따른 것이다.

SG워너비 역시 초반 판매는 20~30대가 주도했다. 데뷔 앨범부터 성숙한 목소리와 신비주의로 탄탄한 소비 마니아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다수가 '살다가'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애절한 가사를 듣고 있자면 상당부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정도로 공감을 할 수 있기 때문.

반면, 10대들에게는 애초 타이틀곡인 '죄와 벌'이 인기를 얻고 있다. 휘성의 '위드 미', 거미의 '기억상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던 김도훈의 곡으로 밝은 멜로디에 슬픈 가사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섹시 배우 한은정과 풋풋한 신인 하석진이 주연한 뮤직비디오는 후속편이 예고돼 궁금증을 불러오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10대들이 음반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판매량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50만장 판매는 100만장의 위력

불과 5년 전만 해도 1만개가 넘었던 음반 판매 매장은 최근 500여개로 줄었다. 그만큼 음반 시장이 침체된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 대신 컬러링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장은 해마다 무서운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음반 기획사들은 요즘 판매량의 2배만 되면 예전 전성기 때의 수입과 대략 비슷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원을 가지고 생기는 다른 부가 수입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SG워너비 역시 2집 판매에 힘을 받아 컬러링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네이트 컬러링 순위 1위에 '죄와 벌'이 오른 이후 무려 5곡이 상위권에 진입해 있다. 2집 수록곡들 다운로드 횟수가 70만 콜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 일일 수익으로는 3500만원을 넘어 4000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GM프로덕션의 김광수 사장은 "SG워너비의 성공은 다른 기획사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대중의 필요성을 찾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널리 알린 것이 주효했다"며 "이번 계기가 국내 음반 시장을 살리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