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의 재산 730억원은 주식이 77%(565억원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논과 밭, 임야, 주택, 상가, 예금, 채권, 골동품과 예술품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표 참조〉
홍 대사의 재산은 부친인 홍진기 전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상당수 물려받았다고 중앙일보측은 밝혔다. 홍 대사의 동생인 홍석조 광주고검장도 지난 2월 274억7200만원의 재산을 신고, 형제가 나란히 고위공직자 재산액 1·2위를 기록했다.
◆위장전입=홍 대사는 서울에서 자신의 재산이 공개되기 직전 워싱턴특파원들에게 논과 밭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자신과 처, 어머니가 세 차례 위장전입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홍 대사는 "선친이 내가 워싱턴에 있을 당시(세계은행 근무)인 1979~81년 나와 처, 어머니 이름으로 경기도 이천시 율면 월포리 땅 4만5000평을 샀는데 그중 30%의 농지 부분은 위장전입 사례에 해당한다"면서 "나는 이 땅의 구입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홍 대사는 현지에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1980년 4월 면사무소에 의해 직권으로 등록이 말소됐다. 홍 대사 등은 1981년 4월 재등록했다가 그해 11월 서울 성북동으로 주소를 옮겼다.
홍 대사는 "1983년 귀국 후 선친이 이 땅(월포리)과 경계선상에 있는 농지 3000여평을 처 이름으로 샀는데 이 역시 (위장) 전입 케이스"라면서 "내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었으니까 내 처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포2리 이장 박성식(64)씨는 "홍 대사가 땅을 살 당시에는 평당 1100원이었으며 현재는 8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홍 대사의 땅을 경작해) 연간 1000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으며, 그 대가로 쌀 25가마 정도를 홍 대사에게 보낸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또 "2001년 5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정주영 전 회장의 별장(명의는 정몽헌 전 회장) 땅 3만평을 구입했는데, 2000여평은 농지였기 때문에 내 명의로는 살 수 없어서 어머니 명의로 구입했다"면서 "이 부분도 전입사례"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측의 해명=길정우 중앙일보 전략기획담당이사대우는 홍 대사의 재산에 대해 추가로 해명했다. 홍 대사는 이천시 율면 월포리의 땅을 1989년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말했으나, 이 땅 중 일부(713-5번지)는 홍 대사의 선친이 1979년에 이미 홍 대사와 장손 등의 명의로 구입했다고 길 이사는 말했다. 당시 홍 대사의 아들은 두 살이었다. 길 이사는 또 경기 양주시 옥정동 땅 719, 740번지 매매 날짜가 등기부등본에 1949년 5월 10일로 돼 있는데 홍 대사 생일은 49년 10월 20일인 것에 대해 "그 땅은 증조부한테서 홍 대사의 선친이 물려받고 다시 홍 대사한테 물려준 것"이라며 "6·25 전쟁 전이어서 취득시기나 등록시기에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 이사는 홍 대사의 선친이 홍 대사와 손자 명의로 땅을 사는 과정에서 증여세나 상속세를 냈는지 여부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