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다시보기 코너에 유료 서비스 항목인‘700K’링크를 달아놓은 KBS홈페이지. 무료 서비스인 56K, 300K 옆의 700K를 누르면 유료서비스인 콘피아닷컴으로 자동연결된다.

KBS의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는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없을까. KBS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다시보기’ 하는 VOD 서비스의 유료화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편당 500~1000원을 내거나, 자유이용권(하루 4000원)을 구입해야 볼 수 있는 MBC나 SBS와 달리, KB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VOD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다만, 초당 전송속도가 56K나 300K여서 900K급 이상의 고화질을 유료로 서비스하는 MBC나 SBS에 비해 화면 크기도 작고 화질이 떨어지는 게 흠이었다.

KBS는 이달 들어 자사 홈페이지의 일부 드라마에만 붙이던 VOD서비스 '700K' 링크를 13개의 드라마로 확대했다. 시청자들이 클릭하면, 자동으로 ‘콘피아닷컴( www.conpia.com )’으로 연결돼 편당 700원의 사용료를 내면 훨씬 화질이 좋은 700K급 서비스를 볼 수 있게 했다. 콘피아닷컴은 KBS 관계사인 KBSi와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이 공동운영하는 사이트로 ‘인터넷 멀티플렉스’를 표방하고 각종 영화와 방송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등을 유료 판매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VOD서비스는 지난 2003년 MBC와 SBS가 잇달아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논란에 휩싸였으나, 당시 KBS는 ‘무료화’ 방침을 밝혔다. 인터넷을 통한 프로그램 재판매는 방송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SBS자회사인 SBSi는 지난해 콘텐츠 판매로 1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때문에 KBS가 자사 홈페이지 다시보기마다 유료 사이트를 링크시킨 것 역시 수익성 제고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좀더 좋은 화질로 보려고 ‘700K’ 항목을 클릭한 시청자들은 서비스가 유료란 사실을 확인하고 불만을 표시했다. 콘피아닷컴에는 “이미 수신료를 낸 공영방송을 다시 돈 내고 봐야 하다니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40대라고 밝힌 김해수씨는 “주말에 출근하는 관계로 ‘불멸의 이순신’을 제 시간에 보지 못한다”며 “지난주까지 안 좋은 동영상이지만 KBS 홈페이지에서 봐 왔는데, 최근 콘피아가 뜨더니 매회 700원이란 돈을 요구하니 KBS가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남겼다.

KBSi 관계자는 “KBS 홈페이지는 종전처럼 무료이고, 콘피아는 KBS와 별개”라며 “KBSi의 마케팅을 돕기 위해 링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KBS가 ‘직접’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공영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결국 KBS가 온라인 판매권을 양도했기 때문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생산한 콘텐츠로 뉴미디어에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공영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모든 국민이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액세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정신이자 존립 이유”라며 편법적 유료화에 부정적 견해를 표시했다. 은혜정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KBS의 VOD 유료화는 시청료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며 “뉴미디어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생각은 않고 지상파 콘텐츠를 단순 재활용하겠다는 것은 게으른 자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를 비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소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가 많이 생겨나는 현실에서 전파를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까지 무료를 요구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