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겨울 그리고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KBS2 밤 11시5분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이슈 메이커’ 김기덕 감독이 그간의 잔혹 시비를 불식시키며 폭넓은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동자승에서 청년―중년―장년을 거쳐 노승에 이르는 삶의 각 단계를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그린 이 휴먼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나이브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의 비유법은 김 감독의 전작들에 결여되었던 극적 개연성을 상당 정도 부여한다. 사실 드라마의 설득력 여부를 떠나 호수 위 암자를 담은 환상적 영상이나 캐릭터 설정에서 발견되는 보편성만으로도 영화는 꽤 주목할 만하다.

물론 감독 특유의 지독하면서도 처절한 밑바닥 인생을 극히 거칠면서도 아름다운 회화적 구도로 포착·묘사해온 전작들에 매료된 분들이라면, 이 급작스러운 ‘순해짐’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 일종의 ‘타협’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김기덕다움’이 증발한 건 아니다. 다소 부드러워지고 성숙해졌다. 실제로 그 징후는 ‘사마리아’, ‘빈집’ 그리고 최신작 ‘활’에 이르는 차기작들에서도 뚜렷이 감지된다. 그 점에서 영화는 김기덕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전환점적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불교적 색채와 인상적 영상에 힘입어서일까, 지금까지 미국에서 상영된 우리나라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단다. 개봉 21주 동안 30여만명을 불러모았으며, 흥행수입은 231만6000달러에 달한다.

2003년. 약 105분. 19세 이상. ★★★☆(5개 만점). 선정성 2/5. 폭력성 3/5.


동승 MBC 밤 12시

제목에서 시사되듯.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불교 휴먼 드라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홉 살 동자승 도념과 사춘기 청년 스님 정심이 매우 엄격하면서도 맘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큰스님과 더불어 살면 겪는 삶의 편린을 적당한 감동과 감상, 적당한 유머로 그렸다. 부처님 오신 날, 온 가족이 함께 보기론 최상의 선택일 터.

감독 주경중. 약 99분. ★★★. 선정성 1/5. 폭력성 0/5.

(전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