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충남 당진의 행담도 개발에 나선 것은 1999년이다. 서해대교가 지나가는 행담도에 휴게소를 짓고 바다를 메워 골프장과 해양 테마파크 등 위락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도로공사의 고유사업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적자 만회 등 경영개선을 위해 뛰어든 것이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도로공사는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해외 로드쇼에 나갔다. 관심을 보이는 나라가 거의 없었지만 싱가포르는 적극적이었다.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Econ사와 손잡기로 하고 99년 5월 계약을 맺었다. 사업추진을 위해 합자회사인 행담도개발㈜을 세웠다. 그러나 바다 매립을 환경부와 지역주민들이 반대해 계획은 2년여 미뤄졌다. 그 사이 Econ사는 자금압박으로 싱가포르에서 부도가 났다.

행담도 개발현장 감사원이 행담도 리조트 단지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1차 매립지 위에 세워진 휴게소의 오른쪽에서 2차 매립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차 매립지에 리조트단지가들어선다

그 후 Econ사의 국내 자회사인 EKI는 다른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1차 자금 8500만달러를 빌려오기로 했고, 작년 1월 도로공사는 문제의 불평등 계약을 맺게 된다. EKI가 빌린 돈을 갚을 시점인 2009년 1월 31일 이후에 도로공사에 지분 26.1%를 1억500만달러에 팔기로 하는 계약이다. 도로공사는 무조건 사줘야 하는 내용인데 도로공사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EKI는 사업이 잘 되면 주식 90%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하고,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도로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

도로공사가 왜 이런 계약을 맺게 됐는지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 감사의 초점도 바로 이 부분에 맞춰져 있다. 도로공사가 본연의 일이 아닌 리조트 개발에 뛰어들어 외국계 회사에 특혜를 주는 계약을 맺은 것은 철도공사가 유전개발 사업에 손댔다가 돈을 떼인 것과 흡사하다.

EKI는 계약 이후 작년 한 해 동안 자금 조달에 애썼지만 실패했다. EKI는 올해 초에야 씨티은행을 통해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초 850억원을 들여왔고 연말까지 3000억원의 채권을 더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하는 전주(錢主)는 바뀌었지만 2009년 1월 이후 도로공사로부터 1억5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권리까지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

미국에서 발행한 채권을 국내의 정보통신부와 교원공제회가 수백억원대씩 매입한 것도 내용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4년 뒤에 도로공사로부터 1100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 조건이 붙어 있으니 안전한 투자처라 할 수 있다. 도로공사가 관여한 사업에 외국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국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그 채권을 사들인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 우리 돈으로 사업을 하게 된 셈인데, 그 사업이 망하게 되면 외국 회사에 1100억원을 줘야 할 판인 것이다. 그만큼 애초의 계약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투자금 계좌를 도로공사와 외국투자회사가 공동 관리하는 등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신용평가기관 실사를 통해 주식가치도 엄정히 평가해 계약한 것이어서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