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첨성대'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斜塔)처럼 첨성대의 기울기가 '현재 진행형'인지 여부이다. 2003년 12월의 1차 조사 결과와 오는 9월부터 착수할 2차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붕괴 가능성'을 막는 방법으로 이어질 것이다.
배재대 손호웅 교수(토목환경공학과)가 첨성대의 기울기를 진단하는 데는 '형상역공학' 기법이 동원됐다. 이는 자동차, 항공, 가전 등에서 정확한 3차원 모델을 제작할 때 이용되는 것으로 '3차원 레이저 스캐너'라는 첨단 장비를 이용, 물체를 정밀 측량하는 것이다.
이강원 한진정보통신 상무는 이와 관련, "첨성대에 500만개의 가상의 점을 찍은 뒤 이 점들의 3차원 위치 정보를 파악했다"며 "이를 토대로 첨성대의 높이와 크기, 기울기 등 수치 정보를 얻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법이 문화재에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그 결과 첨성대는 북쪽 끝이 남쪽보다 7.2㎝, 동쪽이 서쪽보다 2.4㎝ 더 낮았다. '기울기'에서도 손 교수는 "첨성대 맨 아래쪽 기단석이 수평보다 북쪽으로 1.91도, 동쪽으로 0.745도 기울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 같은 기울기 정보는 연구를 진행한 지난 2003년 말 시점이 기준이라고 했다. 지금은 더 기울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첨성대가 기우는 이유는 세 가지가 제시됐다. ▲첨성대를 받치고 있는 땅을 분석한 결과 북동쪽이 상대적으로 덜 단단하고 ▲첨성대 밑 북동쪽 땅에 수분이 많이 포함돼 있는 점 ▲지하 부분에 대한 레이더 검사 결과 기초에 사용된 돌(일명 호박돌)이 많이 깨지고 무너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첨성대는 앞으로도 계속 기울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 교수는 "첨성대는 급속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경우 몇가지 방법을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첨성대 북동쪽 땅속에 전류를 흘려 수분을 적절하게 말리는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가 '피사의 사탑'을 적절한 기울기로 유지하는 데 사용했던 방법이다. 손 교수는 "이탈리아는 관광 상품인 피사의 사탑을 세우기보다 유지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며 "첨성대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기울기가 더 심해지는 경우 지하에 시멘트 등으로 보강재를 넣어 지반을 강화하는 방법(그라우팅·grouting)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하에 구멍을 뚫을 때 강한 진동이 발생해 첨성대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정밀한 사전 진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완전 해체 뒤 복원하는 방법이 있다. 손 교수는 "이 방법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이라고 말했다.
입력 2005.07.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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