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감독

정지우 감독은 21일 '사랑니'는 기자시사회가 끝나자 마자 뜨거운 질문 공세에 휩싸였다.

정지우 감독은 '영화상의 시간과 사건의 흐름이 무척 난해하다'는 질문에 대해 "굳이 논리로 설명하려 하기 보다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해해 줄 것"을 거듭 당부 했다.

-30대 여자와 고교생 남자가 나누는 사랑 이야기 다. 15세 관람가인데 이 영화를 볼 고교생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생각해 봤나.

▶우리는 평소 다른 사람이 연애하는 얘기를 하는데 에는 엄청난 관심을 보이면서 그게 그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가끔 잊는다. 엄마와 아들이 같이 봐 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중요한 것은 진 실이 담긴 감정이다. 마음 속의 진실에 대해 생각하는게 중요하다.

-시나리오 속에서 생각하던 김정은의 캐릭터와 실제 김정은이 연기한 영화상 캐릭 터의 차이는.

▶영화 속의 인영과 시나리오속 인영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영화를 찍다 보면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그 사이에서 자연인 김정은의 분위기로 조인영이 조금 가깝게 이동한 것 같다. 내 생각이지만 현실의 김정은이 현실이 안에서 항상 행복하려고 하는, 그리고 삶을 충 분히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라서 조인영의 캐릭터도 좀 더 행복해지려는 쪽으로 간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 부분에 만족했다.

-소재와 관련된 논란의 여지에 대해서는.

▶소재 자체가 화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극중 캐릭터의 나이나 직업 관 계 때문에 관객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서른 살 여자의 진정어린 마음을 쫓아 영화를 만들 고자 했다. 그런 마음이 없기를 바란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시간과 사건의 흐름이 너무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기자회견장에 온 여기자 중 하나가 내 첫사랑과 똑같다면, 나는 아마 그 여기자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할 것이다. 내가 표현하려고 한 것은 그런 상황이다. 한 여자 의 주관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이므로, 한 개인의 마음 속의 욕망이 겉으로 나와 표현된 것이다. 어디까지가 마음의 지형이고 어디부터가 현실이라고 가르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철저하게 조인영의 시선으로 표현된 영화다. 기존의 영화들과는 달리 중앙에 여성을 배치하고 주변의 남자들을 그려냈다. 예를 들어 조인영과 함께 있지 않은 동 안 남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영화에 표현되어 있지 않다. 17세 이석이 얼굴에 멍이 들어도 어디에 가서 맞고 왔는지 등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외제차(폭스바겐 골프)를 타는데.

▶비싼 차는 아니다(웃음). 남과 좀 다른 여자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도구다. 그런 면에서 는 용납할 만한 가격이 아닌가 한다.

-이석과 또다른 이석, 또다른 조인영의 등장이 혼란스럽다.

▶주석을 달수록 영화가 어려워진다. 인영의 과거가 정말 과거일지, 과거가 아닐 지가 모 호한 상황을 표현하려는 아이디어가 점점 발전하다 보니, 서른 살 조인영의 앞에 열 일곱 조 인영이 등장하게 됐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항상 한국영화가 새로워야 한 다는 질책을 받는데, 이 영화도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바란다.

(스포츠조선 송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