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을, 충무로에서 가장 흡인력 강한 별은 누구일까. 지난 4년 간 충무로 스타의 관객동원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선일보는 영화제작의 최전선에서 배우들의 상업적 가치를 가장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 영화제작자 12명에게 스타의 ‘관객동원력’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002년과 2003년에 이은 3번째 설문이다. “○○○가 지금 특정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됐을 때 스타 파워 만으로 동원할 수 있는 예상 관객수는 얼마나 될 것으로 예측하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에 제작자들은 자신의 추정치를 응답했고, 이를 산술 평균해서 20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주연 개봉작 1편 이상을 가진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이번 조사에서 관객동원력 1위에 오른 남녀 배우는 각각 장동건(143만명·이하 전국관객수)과 문근영(129만명). 5위까지 남자 배우는 송강호 권상우 차승원 조승우 순이었고, 여자 배우는 전지현 이영애 김선아 강혜정이 뒤를 이었다.
올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여배우의 세대 교체'. 열흘 붉은 꽃이 없고 권세도 10년을 가지 못한다지만, 이미연 김혜수 신은경 김희선 고소영 등 익숙했던 이름들이 순위 밖으로 사라졌고, 문근영(1위) 강혜정(5위) 수애(9위) 임수정(10위) 등 지난 두 번의 조사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 별들이 10위권 안으로 대거 진입했다.
최고의 관객동원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장동건은 해가 갈수록 고도로 산업화하고 있는 충무로의 현재를 그대로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 휘날리며’ ‘친구’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 대작 위주로 작품 선택을 해온 그는 올 겨울 개봉할 두 편의 블럭버스터 ‘태풍’과 ‘무극’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 충무로의 ‘규모’를 담보하는 최고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12명의 제작자 중 그를 관객동원력 1위로 선택한 사람만도 10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어린 신부' 이후 대중의 전폭적 사랑을 받고 있는 문근영은, 2년 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뜸했던 전지현의 아성(牙城)을 허물고 스타 파워 1위에 등극했다. 상반기 개봉한 '댄서의 순정'에 대한 영화적 평가가 갈렸지만, 배우 문근영만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까지 들으며 세대를 가로지르는 아이콘으로 자리를 굳혔다.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등 연기력을 겸비한 중견 스타들이 건재한 가운데, '말아톤'의 조승우(5위), '너는 내 운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황정민(8위), '웰컴 투 동막골'의 정재영(15위),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16위) 등은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이들은 새로운 얼굴에 목말라 하는 대중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고, 연기력을 겸비한 스타로서 제작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한석규 차태현 박중훈 이범수 정준호 등은 20위 권 밖으로 멀어졌고, 지난 번 조사에서 6위 였던 배용준 역시 28위를 기록해 한일 양국의 온도차를 보여줬다. 3년 전 조사에서 1위였던 한석규는 올해 22위로 추락했다.
여자 배우의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3위), '잠복근무'의 김선아(4위),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6위) 등이 제자리를 지켰다. 또 '연애의 목적'의 도발적 교생 연기와 '웰컴 투 동막골'의 빼어난 백치 연기로 단번에 5위로 치솟은 강혜정은 올해 가장 큰 성장을 이뤄낸 여배우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그의 남자 친구인 조승우 역시 같은 순위(남자부문 5위)로 급부상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동진기자 (블로그)djlee.chosun.com )
(어수웅기자 (블로그)jan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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