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한다. 2009년까지 전체 농어촌 학교의 42.9%인 1976개를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대상은 학생 수 100명 이하의 본교와 20명 이하 분교다. 이농(離農) 등으로 학생이 없는 농어촌 학교 실태를 알아봤다.

경상북도 의성군 신평면에 위치한 안평중 신평분교. 1980년대 중반 학생 수가 329명이던 이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은 현재 9명이다. 원래 신평중학교였으나 학생 수가 해마다 줄면서 이제는 타 학교의 분교가 됐다. 교사는 분교장(교감)을 포함해 9명으로 학생 수와 똑같다. 1학년 3명, 2학년 1명, 3학년 5명. 3학년이 졸업하는 내년이면 학생 수는 4명이 된다. 신평면에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현 면장은 "면장 된 지 1년 반 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처음 들었다"며 "너무 반가워 미역 사들고 득달같이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전체 주민은 1024명. 이 중 서른 살 미만은 15%. 그러나 이마저도 주민등록상 통계일 뿐 실상은 더 심각하다.

이상현 면장은 "취학 전 아이 4명, 초등학생 7명, 중학생 9명, 20대 두세 명 등 20명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초등학교 2곳에 설치된 부설 유치원에 100여명의 아이들이 있었으나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지금은 문을 닫았다.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초등학교 수우도분교. 전교생 2명에 교사가 1명인 초미니 학교다. 1학년 여학생 1명과 4학년 남학생. 이 학교 김법곤 교사는 "올해는 신입생이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입학할 학생이 없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의성군에 있는 안평중 신평분교에서 전교생 9명이 모여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있다. 의성=이석우기자

삼천포시에서 배편으로 40분 거리인 수우도에는 28개 가구(인구 40여명)가 있지만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노인층.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한다. 이곳에서도 예외 없이 젊은층이 육지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학교의 공동화(空洞化)현상도 급속히 진행 중이다.

전라남도 진도군 진도서초등학교 가사도분교의 전교생은 13명. 교사 2명이 각각 2개 학년씩(1·4학년, 3·6학년이 각각 한 한급)을 한 교실에서 가르친다. 한때 전교생이 400여명에 이르던 이 학교도 섬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생 수가 현 수준까지 떨어졌다. 학교측은 "그래도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많은 편"이라며 "인근 신안군 분교장들은 학생 수 3~4명인 곳도 있다"고 전했다.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남한 최북단 대성동초등학교도 올해 처음 전교생이 9명인 학교로 작아졌다. 교장, 교감을 포함해 교사는 모두 9명. 직원까지 합치면 12명이다. 5학년엔 한 명의 학생도 없다.

교육부는 교장, 교감 등 보직교사가 지나치게 많이 배치되는 등 교육투자 측면에서 비효율성이 크고, 몇 개 학년을 묶어 가르치는 등 학생들도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하는 점을 들어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육부 분석에 따르면 학생 수 30명, 교사 9명(교장 1명 포함)인 학교의 총연간비용(인건비+운영비)이 6억1000만원인 반면 학생 수 100명, 교사 11명인 학교의 총비용은 7억65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교육부는 통폐합할 경우 본교는 6억원, 분교는 2억5000만원 가량을 시설투자비 등으로 지원해 줄 방침이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24일 "통폐합 학교인 충청북도 청원군 미원초등학교의 시설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원초등학교는 1999년 인근 5개 분교와 통폐합된 후 신축됐으며, 교육부가 지정한 지식정보화 연구학교로 선정됐다. 그러나 통폐합 대상인 지역의 주민과 동문, 교육위원들이 모교(母校)가 사라지는 것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