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워커힐호텔 뒤 아차산이 '멧돼지 소굴'로 밝혀졌다. 살고 있는 멧돼지만 수십 마리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26만3000여 마리의 멧돼지가 활개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서식처가 확인됨에 따라 개체수 조절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광장동 워커힐호텔 뒷산과 구리시 아천동 등 아차산 지역을 조사한 결과, 야생 멧돼지 서식 흔적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시는 최근 이 산에서 멧돼지가 서울 도심으로 들어왔을 것이란 의심을 갖고 조사를 벌였었다.
조사팀은 워커힐호텔 뒤쪽에서 보름 이상 지난 멧돼지 발자국 2개를 발견했다. 구리시 아천동 아치울 마을 야산에서는 아직 굳지 않은 멧돼지의 배설물, 밤과 도토리를 까먹고 버린 껍질, 발자국 등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능선에서는 멧돼지 잠자리로 보이는 '움푹 파인 곳'도 관찰됐다.
대한수렵관리협회 이덕재씨는 "멧돼지가 먹이를 먹은 곳은 수북이 쌓여 있던 낙엽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고 땅속 벌레를 잡기 위해 주둥이를 이용해 60~70㎝ 깊이로 땅을 파헤친 흔적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며 "이런 증거로 볼 때 이곳에서만 최소 10여 마리가 떼지어 서식하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인근 시금치밭이나 무밭에서 길이 5~6㎝의 멧돼지 발자국을 발견했는데 이 정도면 150㎏ 정도의 어른 멧돼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차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멧돼지와 마주칠 경우 대처 요령'을 담은 팸플릿을 배포하고, 멧돼지 전문 포획단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문영모 자연생태과장은 "공격성이 강한 멧돼지가 적정 개체수 이상 번식할 경우 민가로 침입할 위험도 있다"며 "야생 멧돼지를 보호하면서 서식 밀도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서식지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멧돼지 개체수는 1989년의 100㏊당 2.1마리에서 2004년 4.1마리로 급증했다. 환경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멧돼지가 최정점에 있기 때문에 개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입력 2005.11.04. 18:59업데이트 2005.11.0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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